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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가족 이야기

인애누나

매루 2023. 2. 5. 11:36

 

 

몇일전에 목사동생 부부와 여동생 부부가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인애누나를 찾아 뵈었읍니다

저희 친형제나 다름없는 인애누나를  늘 보살피는 동생들과 배우자들 그리고 온가족들의

측은지심(惻隱之心 : 남의 어려움과 슬픔을 불쌍히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이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1949년생인 누나는 인천의 박문여고 재학중 1967학년도 이화여자대학교 입학시험에 합격을 하여

당시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었읍니;다

사진 왼쪽부터 제수씨, 목사동생, 인애누나, 여동생, 매제(여동생의 부군)

 

 

 

 

 

생전의 이보님과 ...(2013년 11월 2일 조카 상돈이의 결혼식이 열렸던 울산 문수경기장)

 

 

 

 

2019. 1. 1. 21 가족모임때

 

 

 

 

2018. 11. 25.  가족모임에서

 

 

 

 

이모님 장례기간중 입관예배때의 인애누나(2022년 11월 10일)

 

 

 

 

 

천사표 인애누나와 함께 지냈던 1967년도 겨울

 

1970년대 대한극장

영화보기를 좋아했던 인애누나는 제가 이모님댁에만 가면 저에게 영화구경을 함께 가자고 했읍니다

집을 나서 극장을 오가는 내내 저의 팔장을 끼던 누나의 다정함이 생각 납니다

 

 

1967학년도 동인천중학교 입학시험에 합격을 한 저는 그해 12월 부터 2월 하순까지

동인천 중학교 교문옆에 있었던 이모님댁에서 아주 편하고 즐거운 나날들을 보냈읍니다

당시 월미도의 미군부대에 근무 하셨던 이모님 께서는

구경도 못해 보았던 미제초콜릿,과자,사탕등을 떨어지지않게 가져다 주셨고

무엇 보다 힘든 입시지옥에서 벗어난 해방감은 자유로 보장되어 하루하루가 꿈만 같았읍니다

이모님댁에는 저와 6살 차이인 인애누나(이종사촌누나)가 게셨는데

얼굴도 예쁘고 친절했던 인애누나는 당시 박문여고 졸업반 학생 이었읍니다

제가 이모님댁에 머물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인애누나는

이화여대에 합격을 하는 당시로서는 초대형사고를 저지르게 됩니다

한국전쟁의 전쟁미망인으로 홀로 키우신 딸을 이화여대에 입학을 시킨 이모님 께서는

누나에게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해주셨기에

저는 원님 덕분에 나발을 분다는 속담처럼 인애누나 덕분에 갖은 호사를 누리는 횡재를 하게 됩니다

날마다 저의 주머니에는 용돈이 두둑 하였고  간섭을 해주시는 부모님도 옆에 안게셨기에

동인천 중학교 교문옆에 있었던 분식집에 가서 남비우동과  짜장면도 사먹고

하루종일 군것질을 하면서 인천시내구경을 다니기도 했읍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이모님이 가져다 주신 지금의 ABC초콜릿과 똑같은 방울초콜릿 한봉지를 들고

자유극장에 가서 팔도강산 영화를 보고 왔읍니다 

영화구경을 마치고 이모님댁에 돌아오자 인애누나가 저를 맞이하며 제게 묻습니다

"일후야 피아노옆에 있던 초콜릿 어디있는지 모르냐"라고요

"그거 오늘 내가 다 먹었다"라는 저의 대답에 인애누나는 눈이 휘둥그레 지시며

"얘 너 그많은걸 다먹고도 속이 아무렇지도 않니?"라시며 걱정을 하셨읍니다

지금도 초콜릿의 값은 그다지 싼편이 아닌데

그때 제가 해치운 커다란 봉지의 그시절 미제초콜릿 가격은 무척 셌겠지요

그다음날 인애누나는 이모님께 퇴근을 하실때에 초콜릿을 사다 달라는 요구를 하시고

"초콜릿이 무척 많았는데 그걸 벌써 다먹었냐?>는 이모님의 추궁(?)에

"학교 친구들이 놀러와서 나누어먹었다"며 저의 이야기를 감추어 주셨읍니다

예나 지금이나 예쁜건 무조건 용서가 되는 모양인지

그날 이모님 께서는 들기 힘들 정도의 초콜릿,과자와 사탕은 물론 따끈따끈한 군밤을 잔뜩 들고 오셨읍니다

 

지금도 어쩌다 최희준씨의 팔도강산 이라는 노래가 들리면

지금까지의 저의 생애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1966~1967년 사이의 약 70여일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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