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구정(舊正) 유감 본문

사람이 먼저다

구정(舊正) 유감

매루 2019. 2. 2. 13:29






설날


지구상에 그리많지않을 5000년 역사를 가진 나라들중의 하나인 우리나라의 전통들 중에는

타파의 대상인 구습이나  유습들이 적지 않을것 입니다

수많을 그것들 중에서 설날의 다른  명칭인 구정(舊正)에 대하여 생각해 봄과 아울러

설명절을 쇨수 없었던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시(詩)로 우리민족의 전통을 기억하고 되살렸던

 시(詩) "여우난골족"의 백석시인과 

설날 이라는 노래의 노랫말을 만들고 곡을 만든 윤극영선생님을 기려 봅니다 



1895년 을미개혁이 단행되고 대한제국이 정식으로 ‘건양’이라는 연호를 사용하기 시작 하였고  

일제는 1908년부터 우리나라의 4대명절중의 하나인 설을 구정(舊正)이라 이름짓고 

신정(新正)이라는 이름으로 양력설을 쇨 것을 강요 하면서 설날은 신정과 구정 이라는 두가지 이름을 갖게 됩니다

해방 후에도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정권은 1949년 1월1일을 휴무일로 지정하였고 

 박정희 대통령은 양력설 3일 연휴로 만들고  ‘음력 설’에 연휴를 주는 업체에 행정처분을 주는 따위로 우리고유의 설을 없애려 했읍니다

1985년 전두환정권은 유화책의 하나로 음력 설에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을 붙여 하루 휴일로 인정해 주었고 

 1989년 노태우 정부때 ‘설날’이라는 이름을 되살아나고  ‘신정’으로 불리우던 양력 설의 사흘 연휴가 음력 설로 옮겨집니다


제 개인적으론 신정과 구정의 구분을 깨닫게된 고교시절부터(1971년) 구정 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가졌고

1990년  공식적으로 설날 이라는 명칭이 부활된 이후로

우리민족의 고유명절인 설날을 구시대의 명절 이라는 뜻의 구정 이라고 칭해서는 곤란하다는 설명을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수긍을 안하거나 실천을 안하는 이들은 멀리 했읍니다

구정 이라는 명칭을 만든이들에게서 순수한 애국애민의 의지를 느낄수 없는것처럼

구정 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이들을 굳이 이웃이나 지인으로 어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 입니다




시(詩) 여우난곬족(여우가 나타나는 고을의 우리식구들)은

설명절날 고향에서 일가 친척들이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풍성하고 행복한 모습들이  

 지은이(백석)의 고향인 평안도(정주) 사투리로 그려진 시 입니다 

이시의 내용처럼 5,000년 넘게 설날 이라는 이름으로 온민족이 쇠어온 명절의 명칭을

남들(일제)과  옳지못한 방법으로 정권을 쥔 정권(친일파와 그 아류)의 세도기간(1910년~1990년)때에만

잠시 사용했던 구정 이라는 명칭을 아직도 사용한다는것은 심하게 말하자면 창피 합니다


창피(披)는 국어사전에 체면 깎이거나 떳떳하지 못한 일로 부끄럽다로 풀이되어 있읍니다




여우난골족(族)/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아버지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곰보) 말수와 같이 눈도 껌적거리는(말을 할때마다 눈을 껌벅이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벌판)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新里) 고무(고모)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빛깔이 고르지않고 푸른기운이 도는)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엿이나 매주를 만들고 난 솥에 남은 진갈색의 물)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려(承女) 아들 승(承)동이
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정갈하던) 말 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洪)동이 작은 홍(洪)동이
배나무접을 잘 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오리 잡는 올가미)를 잘 놓는, 먼섬에 반디젓(밴댕이 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엄매(숙모) 사춘누이 사춘 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소나무의 속껍질을 멥쌀가루에 섞어 반죽하여 만든 떡)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수저)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숨바꼭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아랫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공기놀이)고 쌈방이(주사위) 굴리고

 바리깨(주발두껑)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등경걸이)

사기방등(방에서 사용하는 사기로 만든 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새벽닭)이 몇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 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처마의 안 쪽 지붕이 도리에 얹힌 부분)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동서)들이 욱적하니(왁자지껄하게) 흥성거리(활기차고 흥겨운)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 문틈으로 무이징게(징거미라는 민물새우와 무우)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섣달 그믐날을 '까치설'이라고도 하는데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라는 '설날' 노래가 있기 전에는 까치설이 없었다고 합니다.



                

 


설날 (1923) - 작사,작곡: 윤극영(尹克榮, 1903~1988)








'사람이 먼저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사회의 좌 와 우   (0) 2019.02.20
고질(痼疾)  (0) 2019.02.03
뉴스는 손석희, 드라마는 김운경  (0) 2019.01.27
양아치의 추억  (0) 2019.01.26
양영자의 '주라, 그리하면 채우리라'   (0) 2019.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