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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이야기

황해도 실향민 2세들

매루 2019. 1. 10. 10:22

 

 

 

 

지난해 성탄절 즈음에(12월 22일) 영흥섬의 이웃 한분이 농어를 잔뜩 가져다 주셨읍니다

 

 

 

 

 

깨끗이 손질을 하고

 

 

 

바다바람에 말렸더니

 

 

 

 

제가 보아도 훌륭한 반건조 생선이 되었읍니다

 

지난 몇년동안 제가 낚시로 잡은 망등어를 깨끗이 손질을 한후 바닷물에 박박비벼 빨은후에

바닷바람에 말리는 모습을 보아온 영흥섬의 이웃들은

저희집에 넗어놓은 농어가 채 마르기도전에 거의다 빼앗아가고 말았읍니다 (물론 시중가격보다 웃돈을 주고 가져갔읍니다)

작년에도 이와 비슷한일을 당했었기에 우리부부가 꼭 필요할 대여섯 마리는

남의 눈에 띄지않게 따로 말려 두었었읍니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날 친구인 세우에게 전화를 하였읍니다

"마음 같아서는 친구들에게 말린농를 한마리씩 나누어주고 싶었는데

어찌하다보니 그리하지 못하고 대신에 우리집에 모여서 말린농어를  쪄먹자..." 라고요

그리고 어제 세우, 병규, 창남이가 영흥섬엘 들어왔읍니다

 

 

 

저희집에서 점심식사를 마친후 당구장에가서 두시간여동안 실컷 웃으며 즐거운 경기를 하였읍니다

 

 

 

 

 

세우는 고교졸업후 40년이 넘도록  당구실력 80점 이어서 친구들 사이에서 당구계의 만년오리로 통했었읍니다

오리: 낙동강 오리알의 줄임말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홀로 소외되어 처량하게 된 신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러했던 세우가(사진속 서 있는이)가 지난 봄께부터

동환이(송도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당구실력 1000점의 초등학교 동창)에게 개인교습을  받기 시작을 하더니

작년 가을께 부터는 자신의 천적(주로 제물포고등학교 동창생들로 당구점수 100~120점 정도)들을 한명한명 물리쳤고

당구점수 150점급의 초등학교동창생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승승장구를 해왔읍니다

 

제가 세우에게 농어찜을 먹자고 전화를 했을때에도

세우는 저에게 "일후야 병규도 나한테 진다...."라면서

"요즈음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당구생각만하면 입꼬리가 귀에 걸린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농어찜을 먹기위해 영흥섬에 들어오는날을 영흥상륙작전이라 부르며

당구실력 만년150점인 저에게 도전장을 내민것 입니다 

 

이날 당구경기는 초등학교 6학년 3반출신인 저와 병규가 짝을 이뤘고

세우는 같은 4반출신인 신일이와 짝을 이루어 치렀읍니다

 

 

6학년 3반출신 일후, 병규(2011년 2월 14일 사진)

 

 

2011년 가을  영흥섬에서 일후(모자를 쓴 이)와 4반 출신인 신일이와 세우

 

 

한판당 2만원씩 걸고 치른 3판 2승제에서 저와 병규가 2:1로 이겨 4만원을 땄고

(마지막 세번째판을 이긴팀이 상금을 모두 가지기로 함)

이 4만원은 불쌍한 친구을 위한 위로금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한국전쟁때 인천 끄트머리 염전 바닷가로 피난을 내려오셨던 실향민(주로 황해도)들의 2세인 저희들은

바닷가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며 자주 먹어보아서인지 너나할것없이 말린생선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중에 창용이의 마른생선 사랑은 책이나 뉴스에 소개될 정도 입니다

저, 세우, 창용, 병규는 모두 황해도 실향민2세여서

낙섬일사회(용현초등학교 14회 졸업생들의 모임)안에서도 알아주는 단짝친구들 이어서

이날 "일 안하고 영흥도에 간걸 마누라가 알면 물을 가득채운 요강을 들고 밤새도록 벌서야한"라던 불쌍한 친구 창용이를 위하여

저와 병규가 딴 4만원 에다가 오랫만에 오세우에게 복수를 하여  기분이 좋아진 병규가 몇만원을 더 보태서

  인천의 불쌍한 친구  칭용이에게 맛있는걸 사주었다고 합니다

 

 

만나면 즐거운 실향민 2세친구들(작년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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