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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가족 이야기

설날, 빈대떡

매루 2021. 2. 10. 21:55

 

 

 

1997년 2월에 마전감리교회 예배당 신축을 위한 기공식때

 당시 81세의 아버지와 69세의 어머니

 

어머니 께서는 8개월후 저희곁을 떠나셨읍니다

어쩌면 사진으로 뵙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일지도 모릅니다

말년에 건강이 많이 안좋으셨지만 2월달의 추위를 개의(介意 : 신경을 쓰거나 관심을 둠)치  않으시고

둘째아들을 응원차 오셨던 어머니의 표정속에 많은것들이 보입니다

 

 

 

 

2011년도 설날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

 지금은 저희들 곁에 안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사진속 이모님(올해 96세)께서는 요즈음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십니다

 


 

2021년 설날

 

 

빈대떡은 녹두를 맷돌에 갈아서 전병처럼 부쳐 만든 음식으로

명절날과 잔칫날에 만드는 주요 음식 중의 하나 입니다

평양냉면, 평양온반, 대동강숭어국과 함께 평양의 4대 음식으로 꼽히는 녹두지짐은

평양온반의 고명으로도 올려지기도 합니다.

 

 

 

설을 앞두고 아내가 빈대떡을 만듭니다

 

 

실향민(황해도 황주와 장연)이셨던 저희 부모님께서는

설날이나 한가위때면 반드시 빈대떡을 만드셨고 즐겨 잡수셨었읍니다

부모님이 안계신 지금도 빈대떡이 저희집의 대표적인 명절음식 입니다

 


 

 

여우난골족(여웃골에 사는 친척들)

백석 詩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곰보) 말수와 같이 눈도 껌적거리는(말을 할때마다 눈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벌판)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고모)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빛깔이 고르지 않고 푸른 기운이 돎, 파르스름하니) 성이 잘 나는(화를 잘내는)

살빛이 매감탕( 진한 갈색물엿을 고아 내거나 메주를 쑤어 낸 솥에 남은 진한 갈색의 물)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예배당이 있는 동네)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려(承女) 아들 승(承)동이


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 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洪)동이 작은 홍(洪)동이


배나무접(접 붙이기)을 잘 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섬돌)을 뽑는 오리치(오리 올가미)를 잘놓는

먼섬에 반디젓(벤댕이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엄매

 

사춘누이 사춘 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안채)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식사시간)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숨바꼭질 )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아궁이 쪽이 가까운 부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공기놀이)하고 쌈방이(주사위) 굴리고 바리깨(밥주발 두껑)돌림(돌리기)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서로 다리를 끼고 마주앉아 노는 놀이)하고

이렇게 화디(등잔을 얹어 놓은 기구)의 사기방등(사기로 만든 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이 몇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 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처마의 안 쪽 지붕이 도리에 얹힌 부분)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동서)들이 욱적하니(악자지껄)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 문틈으로

무이징게국(무우를 넣은 징게미새우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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