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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매루 2020. 4. 26. 04:08

 

 

 

 

며칠동안 계속 불어대는 강한바람 때문에 가득이나 농사솜씨가 어설픈 농부의 마음이 급했읍니다

이른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밭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밥을 먹고난후 텔리비죤앞에 앉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고

새벽 2시가 조금 못되어 잠에서 깨어났읍니다

만 7년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비오는때를 빼고) 참이와의 산책을 다녀온후 컴퓨터앞에 앉습니다 

아것저것 검색을 하다가 영철씨가 운영자로있는 남성듀엣 둘다섯카페엘 들렀더니

<지금은 없어진 직업>이라는 글제목으로 예전의 버스안내양들의 사진들이  게시되어 있었읍니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문득 아주 오래된 추억이 떠올랐고

봄밤에 초로(初老)의 마음에 젊은날  아름답고 애틋했던 추억 하나를 곰씹어 봅니다

 

 

 

 

 

 


이범희 작곡 민해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2015.12.16

저는 1979년 봄에  3년동안의 군복무(탄약 관리병)를 마치고 그해 늦가을에 부평에 있는 풍산금속 이라는 방위산업체에 입사를 합니다

 

10/26 박정희 시해사건, 12/12 군사반란등 어수선한 시국 속에서도사회에 다시 발을  딛는 저의 마음은 늘 즐거웠읍니다(언론이 정확한 보도를 안하거나 못했기에 알수도  없었지만)

 

그런데 지금도 그러하듯 까칠한 제 성격은 부평역과 회사를 운행하는 풍산금속 통근버스를 탈때마다

 

버스에 오르는 순서와 상관 없이 관리직이나 간부사원들에게 좌석을 양보 해야하는 분위기가 싫었었읍니다나이 60인 지금도 마찬가지 이듯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는 말에 늘 공감하는 저 였기에길어지는 출퇴근시간의 불편과  교통비의 지출을 감수하며 시내버스(32번)를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였읍니다

 

 

군대생활 3년동안의 경력(탄약관리)은  방위산업체인 풍산금속 입사에 도움이 되었지만픙산금속 부평공장은 동파이프와 세계각국의 동전(주화)제조가 주업종 이었기에저의 풍산금속 공돌이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질 못하고 이듬해의  여름휴가때 서울의 다른직장에 취업을 하면서 마치게 되었읍니다

 

 

서울로 출퇴근을 시작한지 한달여 지난 어느 가을날 의 출근길,,,,,전철 부평역행 시내버스 안에서 저는 그버스 안내양에게 인사(?)를 받습니다"직장을 바꾸셨나 봐요 ?........." 라며 수줍어 하면서도  또렷하게 제게 말을 건넨 안내양 이었읍니다저희집이 있었던 부평삼능 이라는 곳과 풍산금속이 있는 효성동에서 버스를 타고 내리다가 효성동이 아닌 부평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내리는 저의 동선을 그 안내양이 알고 있었던 것 이지요

 

 

그러한 그녀의 인사를 받고는  저는 무척 당황을 하게되는 와중에그동안 저 여인이 고맙게도 저를  지켜 보아온 동안, 그녀의 존재조차 모르고있던 저자신이 괜시리 미안 하여졌읍니다훗날 저와 그녀가 함께 시간을 낼수 있었던 어느 가을날 지금은 대단위 주거시설이 들어서 번화해 졌지만 당시에는 온통 논과 밭 이었던 삼산동의 까치마을 이라는곳의  그녀의 숙소에 면회를 갔던적이 있었읍니다

 

 

남들처럼 공부도하고 싶고  사랑을 느끼고 싶을  꽃다운 스물 즈음의 나이에온갖 열악한 상황속에서 힘든일을 하던 버스 안내양 이었지만반듯한 삶의 자세와 흐트러짐 없는 그녀의 마음가짐이 존경 스러웠읍니다그때 그녀가 타고 탑승객들을 안내하던 버스 출입문 윗벽에 깨알같이 적혀 있었던 민해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사가 눈에 선합니다

 

 

 1982년부터 서울지역에는 자율버스 제도가 도입되어 안내양 없는 시내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했고,

1985년에는 전국의 모든 시내버스에서버스 안내양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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