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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섬 농사 이야기

가뭄속의 하수오농장 완두콩

매루 2017. 6. 19. 14:20








말기암 환자인 제가 영흥섬에 들어와 적지않은 넓이의 밭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리하지 말라, 쉬어 가면서 하라 등등"걱정과 격려의 말들을 해줍니다

그때마다 저는 그분들께  "농부는 아주 조금 거들뿐 모든 과정은 하늘(햇볕,비,바람등)이 지어주는것이   농삿일"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1년을 365일 이라는 날로 볼때 1년동안 농부가 밭에서 보내는 날(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저의 생각 입니다


그런데 어떤 까닭 이어서인지 2017년 봄부터 한반도의 하늘은 잠을 자는지

사상  최악의 가뭄속에 여기저기서 농부가 하늘(비)을 대신하여 밭에 물을 대어야하는 신음에 가까운 한숨소리가 들려오고 있읍니다 

실제로 저희 부부가 지내고있는 영흥섬에서는 지하수마저 말라버린곳들이 속출하여

 이곳저곳에서 수확을 앞둔 밭작물(양파,마늘따위)들이 가뭄과 햇볕에 타버려 수확을 포기했고 

시설물(비닐 하우스등)에서가 아닌 노지재배 고추들은 거의 말라죽기 직전 입니다

다행히 저희 부부가 지내고있는  하수오농장에는 지하수가 마르지 않아서

살수기(sprinkler)를 이용하여 밭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공급을 해주고 있읍니다




극심한 가뭄속 이지만 하수오농장 주변에서 보이는 영흥섬의 겉풍경은 평화롭습니다

하수오농장에서 바라다본 영흥대교 입니다




송도 신도시와 하수오농장앞의 길마섬 




구봉도( 사진 오른쪽)










아내의 고향(경남 고성)친구들이 주말을 이용해 하수오농장에 찾아 왔읍니다




지독한 가뭄의 연속 이지만 하수오농장에는 푸르름과 풍요가 있읍니다


어느덧 끝물에 접어든 완두콩도 주렁주렁 입니다





완두콩을 까는건지 이바구를 까는건지....

경상도 가스나들의 수다는 소음수준 입니다








이름을 보면 그 사람의 내력을 얼추 파악할 수 있다.

성과 본관을 알면 어떤 집안 사람인지 알 수 있고, 돌림자를 알면 족보까지 짐작이 가능하다.

 혹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부모님께서 어떤 인물로 자라기를 원했는지도 이름자로 추정해볼 수 있다.

그러니까 DNA에 생명체의 유전정보가 담겨 있는 것처럼 이름에도 그 사람의 정체성에 관한 정보가 스며들어 있다.

음식이나 식품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음식 이름을 알면 그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 입 속으로 들어오게 됐는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완두콩도 그렇다.

무심코 먹는 콩 종류고 별생각 없이 부르는 이름이지만

완두콩이라는 이름에는 이 작고 맛있는 콩이 어디에서 어떻게 전해진 작물인지를 알려주는 암호가 들어 있다.

완두콩에 숨어 있는 암호를 풀려면 먼저 완두라는 한자부터 알아야 한다.

 완두는 완(豌)이라는 한자에 콩 두(豆) 자를 쓰는데 완두 완 자는 콩 두 변에 나라 이름 완(宛)으로 구성된 글자다.

그러니까 콩은 콩인데 ‘완’이라는 나라와 관련이 있는 콩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두는 완이라는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그렇다면 완이라는 나라는 도대체 어디에 있던 나라일까?

기원전 2세기 무렵의 한자 사전인 《이아(爾雅)》에 융숙(戎菽)이라는 콩 종류가 수록돼 있는데

융숙에서 융(戎)은 오랑캐를 뜻하고 숙(菽)은 콩을 의미하는 한자이니 융숙은 곧 오랑캐들이 먹는 콩이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중화 민족이고 주변에는 모두 오랑캐들이 산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한민족은 동쪽에 있는 활 잘 쏘는 오랑캐라고 해서 동이(東夷)라고 했다.

반면에 서쪽에 사는 오랑캐들은 창을 잘 쓰는 족속이기 때문에 서융(西戎)이라고 했으니,

융숙은 곧 서쪽에 사는 창을 잘 쓰는 오랑캐들이 먹던 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기 3세기 무렵, 위촉오의 삼국시대가 끝난 후 세워진 진나라 때 학자인 곽박이 ‘융숙’이라는 글자에 주석을 달아 풀이하기를,

융숙은 호두(胡豆)라고도 부르는데 완두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했다.

그런데 호두의 호(胡) 자 역시 오랑캐를 가리키는 한자로 특히 서역에 사는 오랑캐를 일컫는 글자다.

10세기 송나라 때 이방이 편찬한 백과사전인 《태평어람(太平御覽)》에

완두콩을 먹는다는 서역의 오랑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구체적으로 나온다.

한나라 때 외교관이었던 장건이 서역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대완국(大宛國)에서 새로운 콩 종자를 얻어 왔기에 완두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고 적혀 있다.

드디어 완(宛)이라는 나라가 등장했다.

현재는 존재하지도 않고 역사 시간에 배운 적도 없으며 웬만한 책에도 나오지 않으니 전설 속의 낯선 나라일 것 같지만

 사실 대완국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나라고 우리와도 관련이 있다.

대완국의 특산물로 완두콩 이외에 말이 있는데,

하루에 쉬지 않고 천리를 달릴 수 있으며 땀 대신에 붉은 피를 흘린다고 해서 한혈마(汗血馬)라고 부르는 명마다.

《삼국지》에서 관우가 타고 다녔다는 적토마의 모델이 바로 이 말이며, 보통 우리가 천마(天馬)라고 부르는 말이다.

중국은 천마, 즉 한혈마를 구하기 위해 서역의 흉노와 전쟁도 불사했는데,

우리나라 경주 천마총에 그려진 천마 역시 한혈마가 모델이라고 보기도 한다.

천마의 고향인 대완국은 지금의 중앙아시아에 있던 나라로 현재는 우즈베키스탄 영토인 페르가나 지역에 있었던 고대 왕국이다.

알렉산더대왕이 동방 원정을 왔을 때 따라온 그리스 병정들이 원정이 끝난 후 돌아가지 않고 현지에 남아 살았는데

그들의 후손이 세운 왕국이라고 한다.

그런데 완두콩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 지역이다.

그렇다면 알렉산더대왕이 동방 원정을 왔을 때 병사들이 자신들이 고향에서 먹던 콩을 대완국까지 가지고 와서 심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나라 외교관 장건이 전했건 또는 비단길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왔건

 서역의 완나라에서 전해진 콩이라는 뜻으로 완두라는 이름을 얻었다.

특별한 의미도 없을 것 같은 콩 이름 하나에 미처 생각지도 못한 별별 역사가 다 들어 있다.



윤덕노의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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