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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섬 농사 이야기

늦여름 영흥섬의 참깨

매루 2017. 8. 24. 16:45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최고의 양념이요 민간명약으로 절대 없어서는 안될 작물인 참깨는

 예로부터 시골에서 많이 재배했던 우리 전통작물 중의 하나 입니다.

개과종(開果種)인 참깨는 수확기가 되면  씨방벽이  벌어져 씨가 흩어져나와 땅에 떨어지기 때문에

걷이시기를 놓치면 알갱이의 90%가 땅에 떨어져 버리기에

참깨를 수확할 때는 매우 조심스럽게 손으로 작업해야 손실을 막을 수 있읍니다




비가 주춤한때를 이용하여 아내가 참깨를 털고 있읍니다



참깨를 터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생전의 제어머니께서 해마다 이맘때면 해주셨던 참깨와 외할머니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황해도의 장연이 고향이신 어머니께서는 해마다 이맘때쯤 저녁시식를 마치고 날이 어두워지면 

어머니(외할머니)께서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두운 밤  밭에서 참깨를 털고 계시는 외할머니를 뵙게된 어머니 께서는

"왜 밝은 낮이 아닌  늦은밤에 깨를 터시냐?"고  여쭈었더니

외할머니 께서는  "한낮 보다는  어느정도 습도가 있는 밤에 깨를 털어야만 깨를 잃지않기 때문,,"이라고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요즈음은 농사용 비닐 이라던가 면적이 무척 넓은 농사용 돗자리들이 많이 나와서

열매껍질에서 튀어나온 열매를 잃을 염려는 예전보다 훨씬 덜 하기에 대낮에도 참깨털이가 가능 합니다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世上事)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 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김준태의 『참깨를 털면서』(창작과비평사, 1977)






                                                   폐과종 참깨

폐과종(閉果種) 참깨  


   

              

 미국의 랭험(Derald G. Langham) 박사가 1946년에 참깨열매 껍질의 끝만 살짝 벌어지는 폐과(閉果) 돌연변이종을 발견후

 1950년대에 신품종인 폐과종 (閉果種 : 씨가 흩어져나오지 않는 변종)참깨가 생산되기 시작을 하면서

참깨농사와 수확의 어느정도 기계화가 이루어 졌다고 합니다


이때에 인종 차별 없이 뽑은 사원들의 자녀들을 위한 최상의 교육 시설을 갖춘 참깨 회사를 차린 앤더스 형제는

 당시 미국 내 참깨 수요가 적어 크게 성공하지 못했으나

이들 형제의 고귀한 뜻들은 훗날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의 이름이

차별 없는 교육을 추구한 이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붙여짐으로 빛을 발하게 됩니다


랭험박사의 참깨품종은 줄기가 약해 콤바인 수확이 불가능 하여서 

노동집약적 산업의 저개발 국가인 중국과 인도, 미얀마에 적합한 작물이 되었고 

한중수교가 시작된 1992년부터 우리나라에는 보따리상들이 들여온 중국산 참깨 때문에 종종 몸살을 앓곤 합니다

 랭험 박사는 1991년 5월 27일 세상을 뜨기 전에 줄기가 강하고 키도 큰 품종의 참깨를  개발을 하였기에

미국의 기계화 참깨 농업이 급부상하게되면

우리나라 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성격이나 규모가 다른 미국산 참깨대란이 일것으로 보입니다




동요 따오기는 생전의 저의 어머니께서 좋아 하셨던 노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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