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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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半島

싸가지

매루 2015. 1. 9. 04:52

 

 

 

 

 

2013 학년도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유독 많이 모인 청와학원 

 

 

 

 

내가 뭘 잘못했느냐,,,,

 

 

 

 

 

 

따귀때리기나 뺨따귀 때리기, 또는 귀싸대기등으로 표현되는 싸대기는 

맞으면 강한 정신적 충격과 모욕감을 얻는다

 

 

 

 

어느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남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나는 솔직히 너희들을 평등하게 보지 않는다.

우리 교실에 네 등급의 신분이 있다.

 

공부 잘하고 싸가지 있는 놈이 왕족이다.

공부 못하고 싸가지 있는 놈은 귀족이다.

공부 못하고 싸가지도 없는 놈은 평민이다.

공부 잘하고 싸가지 없는 놈이야말로 노비다.

 

재미있는 구분이다. 비록 신분등급 운운하긴 했지만 그 교사는 학생들을 정말 사랑하는 열혈교사다.

비유는 거칠지만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이 자신들을 정말 사랑해서 하는 말이란 걸 알고 있으리라.

요컨대 가장 중요한 건 ‘싸가지’다.

흔히 ‘성적만 좋으면’ 모든 게 다 용서된다는 식으로 자녀들을 키우는 게 요즘 세태지만, 그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분명히 말한다.

공부 못하고 싸가지 없는 놈은 자기 인생 하나 힘들면 되지만,

공부 잘하고 싸가지 없는 놈은 다른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기 십상이라고.

돈 있고 권력 있는데 싸가지 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얼마나 망쳐놓는지 너무나 자주 목도하지 않는가.

사람마다 수준이나 형편이 같을 수 없고 인간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싸가지가 없으면 다 꽝이다.

그렇다면 ‘싸가지’란 무엇인가. 사전엔 ‘싹수’ ‘소갈머리’의 지방어라고 소개되어 있다.

싹수있다는 것은 성찰의 능력이 있다는 것일 테다.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싸가지 없는 ‘갑’들이 흔한 세상이니

그들을 반면교사 삼는 것도 싸가지의 내용을 터득하는 요령 중 하나겠다.

 

 

김선우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