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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半島

부르주아 천민

매루 2014. 11. 29. 04:18

 

 

 

대법원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무효확인 소송을 파기환송한 날 쌍용차 주가가 뛰었다.

끔찍한 천민자본주의, 라고 나는 씹어뱉었다.

한술 더 떠 정부에선 이제 대놓고 정리해고를 쉽게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사회 전반에 걸친 자본과 물신에의 노예화는 끝없고, 정리해고를 통한 기업의 노동자 살해는 이제 더욱 뻔뻔해질 태세다.

‘천민’이라는 말이 태생적으로 가진 신분의식 때문에 나는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런데 이 나라의 ‘가진 자’들은 자신들이 물신의 노예임을 가장 천박한 행위로 증명해 보여준다.

급기야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모욕적인 대우를 견디다 못한 경비노동자가 자살하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아파트 명예가 훼손됐다며 경비노동자 전원을 해고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실정이다.

아, 천하구나 당신들. 이러지 마라.

 

부르주아의 가식과 탐욕을 신랄하게 조롱하는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에서조차 적어도 투명마지노선이 있다.

일상이 허위의식에 가득 찬 것일지라도 인간인 이상 ‘척이라도 해야’ 하는 부르주아들이 거기엔 있다.

그런데 한국의 부르주아들에겐 그마저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부끄러움 없이, 비인간성의 극점에서, 이보다 더 천박할 수 없는 방식으로, 노골적인 탐욕에 예속된 물질의 노예들로서,

인간의 품격에 대해 이토록 무지한 이 지독한 부르주아 천민의 선정적 유혹 너머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대체 어떤 세상일까.

 

김선우 시인·소설가

 

 

 

 

 

2

 

서울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 노동자 전원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프레시안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6일 회의를 통해 용역업체 변경을 결정했다.

현재의 업체와의 계약기간이 12월 31일로 종료되는 만큼, 이후에는 새로운 업체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분신으로 사망한 경비 노동자 이만수 씨가 일하던 곳이다.

프레시안은 “이 결정에 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지난 20일 현재 일하고 있는 경비 노동자 78명에게 해고 예고 통보장을 보냈다”며

“통보장에는 오는 12월 31일 부로 해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와 함께 관리사무소 측에서는 용역업체 변경 공고문도 아파트 내에 게시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일반노조 김선기 대외협력국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용역업체는

이 아파트와 15년 이상 계약을 갱신하며 일을 해 온 곳"이라며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이 씨의 분신 등으로  아파트의 명예를 훼손했다 는 이유를 들어

업체 변경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입주민의 폭언’에 모멸감을 느껴 분신한 뒤 지난 7일 숨을 거둔 아파트 경비 노동자 고 이 (53)씨의 빈소에

 가해자로 지목된 이 모 (74) 할머니가 10일 찾아와 조문을 하고 사과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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