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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섬 이야기

장맛비가 내리던날

매루 2013. 7. 10. 03:29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던날

개구리를 잡겠다고 하수오농장의 밭과 논뚝, 그리고 풀숲을 헤짚고 다닌 참이의 모습 입니다

 

 

 

눈을 지긋이 감고 제 아내의 꾸지람을 듣고있는 참이는

제 아내의 꾸지람 보다 목욕을 할 생각이 더 걱정스러운가 봅니다

낑낑 거리지않고 (목욕을)시켜주는대로 가만히 있는 참이 이지만

썩 좋아 하지는 않는것은 어린아이들과 똑같습니다

 

 

더운물로 깨끗이 씻겨 놓았더니 흔치않은 자세를 취하며 곤히 잠을 잡니다

 

 

 

그리고 밤이 되었읍니다

 

제가 개펄에 나가 주워온 소라와 고둥들을 제아내는 삶아서 쌈된장을 만드는데

 제친구들이나 손님들이 무척 좋아하며 얻어 가려고 합니다

참이 역시  바닷가 출신답게  어패류를 무척 좋아 하면서도

절대 조르거나 낑낑 거리질 않고 제아내 앞에서 얌전하게 앉아서 소라나 고둥을 주기만을 기다렸지만

제아내는 참이가 그것을 먹는 과정에서 소라나 고둥을 방바닥에 묻힐까봐 주질 않았읍니다 

 

 

소라,고둥을 얻어 먹겠다고 1시간을 제아내 앞에서 기다렸으나 허사....

 왼발을 세우고 앉는 특이한 자세에 삐친 얼굴로 있다가 

 

 

애꿎은 두루마리 화장지에다가 화풀이를 해 놓았읍니다

 

 

제 아내의 응징이 두려웠는지 카운터의 제가 앉는 의자밑에 피신(?)해 있다가  그만 잠이 듭니다

 

 

다음날 아침 참이의 우려대로

참이는 제아내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습니다

그리고는...

 

못마땅한 표정을 하고는 현관에서 제아내의 슬리퍼 한쪽을 물고는 마당으로 나옵니다

 

물어뜯고

 

 

 

내 팽겨 칩니다

 

 

천방지축 참이 이지만 저와 제아내는 이러한 참이가 마냥 귀엽기만 합니다

건강하게 자라서 내년 부터는 하수오농장에 찾아드는 영흥도 고씨(고라니)들을 막아 주리라 기대하며

서로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며 지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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