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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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대보름 불놀이

매루 2016. 2. 19. 10:41

 

 

 



  

우리들 어렸을적 겨울 특히 방학에는  허구헌날 불장난으로 시간을 보냈었읍니다
논에서 썰매를 타다가 누군가가 피워놓은 모닥불(?)가에 둘러앉아
매캐한 연기에 눈매워 얼굴 찡그리며 눈물 뚝뚝....
코매워 훌쩍 흐르는 콧물을 훔치느라 옷소매가 반짝거렸지요 
그러다가 당시 유행하던 나일론옷에 불똥이 튀어 옷에  구멍(흔히들 빵꾸라고 했음)이 나면
집에 들어가 부모님께 야단맞을 걱정도 해가면서요
땔감도 귀했고 부뚜막의 성냥말고는 불붙일 재간이 없엇던 시절인데 
이러한 불장난은 쥐불놀이 라던가 달집태우기등의 세시풍습이 행해지는
정월대보름날 허가(?)난 불장난에 이를때까지 우리를 들뜨게도하고 신나게 했읍니다
대보름날 행해지는 불놀이 중에는 깡통돌리기가 가장 재미있었읍니다
깡통이 귀했던 시절 이었고 특히 제가살던 맹아산에는 인가가 없어서
깡통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웠읍니다
그러나 당시 피오엘에서  인천항까지 연결되어있던 송유관은
여름날 우리들의 놀이터인 낙섬염전 저수지옆 뚝을 질러 연결 되어 있었고
겨울에 염전저수지가 얼면 송유관에서 샌 기름이 얼음위에 흐르고
그주변 얼음위에 숟가락이나 국자질을 할만큼의 웅덩이를 만들어 놓으면
그곳에 기름이 고이고 이기름은 당시 맹아산 주변의 여러가구의
동절기 주요소득원이 되기도 했었읍니다
색깔이 짙은하늘색인 항공기 기름은 최고가 였었고 그다음이 붉은색의 휘발유 였으며
나머지 기름들은 난방용 아궁이 연료로 사용하기위해 집집마다 장독이나
드럼통(도라무깡)에 보관 했었읍니다 
학교청소시간에 여학생들이 마루에 광택을 내기위해 사용하던 걸레를 틈틈히 뚱쳐 모아서
철삿줄로 꽁꽁묶어 공처럼 만든후(솜방망이라고 했었던것 같은데) 이것을 기름이 들어있는
장독이나 드럼통에 재어놓았던 친구들이 있었읍니다 
기다리던 대보름날밤   이솜방망이에 불을 붙이면 깡통보다 화력도 좋고
불모양도 웅장하여서  빙빙 돌리는 아이들이나 구경하는 친구들도 황홀하기 까지 하였읍니다
제가살던 맹아산에 있던 벙어리학교와 부랑아보호시설은 分院이었고
본원(本院)은 숭의동 제2교회옆에 있었읍니다(지금은 제2교회 교육관으로 사용중)
정월 대보름이면 오곡밥을 먹기위해 맹아산의 부랑아들이 숭의동 본원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맹아산은 모처럼 동네 아이들 차지가 되어 신나는 불놀이가 행해졌는데  
숭의동 분원에서 바라다보이던 대보름날밤
맹아산 꼭대기에서 친구들이 돌리던 기름솜방망이 둥근 불빛은 나를 오라 유혹하는듯 했고
식식거리며 붉게타는기름솜방망이 붉은 불빛과 그것을 돌리던 친구들의 모습은
제게 아직도 생각나는 아니 평생 잊지못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읍니다
 
복도마루에 나란히 앉아 피마자열매나 철길에서 주워온 기름돌을 이용하여
바닥에 광택을 내기위해 노래부르며 걸레질을하던 여학생들........
걸레를 잃어버리면 그자리에 앉아서 노래만 따라부르려니 무슨 흥이 났을까?
함께 노래에 장단맞춰 박박 걸레질 비벼야 할텐데,,,,,,,,
 
당시에 걸레 잃어버려 속상했던 여학생들 .......
걸레가 없어진 전후사정을 이제는 말할수 있지만
그걸레를 뚱친 개구장이는 누구라고 이야기 안할래요 

 

말 안해도 대충 누구누군지는 감이 올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