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완이 이야기 본문
저보다 일년 늦게 결혼을 한 혁재는 첫아들을 낳게되고 혁재 아버지께서 그아이에게 <완 >이라는 외자 이름을 지어주셨읍니다
부모의 빼어난 외모를 닮아서 완이는 어려서부터 귀공자 티가 흐르는데다가 자타가 공인하는 충청도 양반가문의 종손인 혁재에게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전교수석을 놓지지 않아서 주위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으로 주목을 받았었읍니다
하지만 사람좋은 혁재가 번번히 주위사람들의 꾐에 넘어가 빛에 쪼들리게 되면서 완이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게 됩니다
군 제대후 인천고속버스 터미널 건물에 있는 영풍문고에 취직을 한후 지금은 사내(社內)뿐만이 아니라 고객들(특히 아가씨)에게 인기가 좋은 직원이 되어 있읍니다
그런데 준수한 외모에 예절까지 바른 완이 에게는 초등학교 때 부터 가까이 지내온 아가씨가 있기 때문에 또래의 아가씨들이나 완이를 내심 사윗감으로 탐내는 어른들은
모두 헛꿈들을 꾸고있는 셈 이지요
오늘 영흥도에서 옥수수를 따가지고 나오는길에 버스안에서 완이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읍니다 "아저씨께서 택배를 부탁 하셨던 책이 두번이나 환송되어 왔어요"라는
완이의 설명을 듣고 "완이야 아저씨 지금 인천으로 나가고있는 중이니까 조금 늦더라도 퇴근하지말고 있거라"하고 통화를 끝냈읍니다
완이가 근무하고있는 영풍문고 매장은 인천고속버스터미널 지하에 있으며 신세계백화점과 연결이 되어 있어서 버스에서 내린후 신세계백화점 매장을 지나는
빠른길을 택하여 완이 에게로 갔읍니다 완이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들은후 수취인의 전화번호를 확인 하였더니 전화번호가 틀리게 기재가 되어 있었읍니다
더더욱 미안해하는 완이에게 "그래서 미남총각 얼굴 한번 더보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밤시간에 백화점 매장 구경도 해보고 옥수수도 전해줄겸 잘 되었지"라며
완이의 대문짝만한 등을 두드려 주었읍니다. 잠간의 시간 이었지만 완이 아버지 혁재와의 젊은날들이 떠오르며 문득 콧날이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읍니다
그 아버지의 그아들 이라더니 외모 말투 몸가짐 어느것 하나 혁재와 다른점이 없었읍니다
"완이도 내후년 이면 30,,,, ,네 아버지 하고는 중고등학교 동창 사이 이지만 졸업후 사회에 나와서 친해 졌으니까 40년지기가 되어가고,,,,,
그 사이에 완이가 30을 바라보는 어른이 되어 있으니 네 아버지나 나나 이젠 노인네나 마찬가진데 이렇게 젊고 씩씩한 완이를 보니까 아저씨가 기분 매우 좋다"라며
흐믓하고 대견한 제 속내를 완이에게 전하면서 우리는 헤어 졌읍니다
안치환의 <내가 만일 > 이라는 노래는 저와 혁재의 자식들이 초등학생일때 두가족이 함께 노래방에 가면 혁재네 4식구가 즐겨 합창을 하던 노래 입니다
1981년 겨울의 혁재총각
2011년 여름의 완이 총각
'벗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둘다섯 영철씨 만나러 가는길 (0) | 2011.09.13 |
---|---|
광희가 사는 이야기 (0) | 2011.09.02 |
노래방 아줌마 옥수 (0) | 2011.08.05 |
2011 여름 횡성 한옥마을에서 (0) | 2011.08.02 |
수암 나들이 (0) | 2011.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