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설날에 즈음하여 읊어보는 詩 백석의 고향 본문

日常

설날에 즈음하여 읊어보는 詩 백석의 고향

매루 2023. 1. 15. 17:15

 

 

 

이제는 부모님들도 안계시고

비록 인천 토박이일 지언정 태어나고 자랐던 어릴적 고향마을(학익동,용현동)은

재개발로 인하여 고향집의 자취는 커녕  집터조차 어디인지  알아볼수 없게 되었읍니다

 

설을 맞이하여 어린시절의 설 정취를 추억하며 

고향(살던곳, 부모형제, 친구들)을 그려 봅니다

 

경상남도 함안군 군북면에 있었던 경전선의 철도역

2012년 10월 23일 마산~진주간 노선의 복선개통으로 폐역이 된후

2013년 상반기에 역사가 철거 되었음

 

 

고향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들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 씨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이 시는 타향에서 병을 앓다가 만난 의원이 화자가 아버지처럼 섬기는 이와 친구 사이임을 알게 되어,

그를 통해 따스한 고향의 정을 느끼고 고향을 떠올리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에서 환기하는 정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 고향이 불러일으키는 따스한 정이다.

이 시는 이러한 정서를 화자의 내면세계를 보여 주는 독백과 인물 간의 대화 및 시적 상황을

압축적으로 서술하는 기법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한편,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는 고향을 제재로 한 작품이 많이 창작되었다.

이는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민족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을 고향을 통해 드러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시 또한 백석의 유년 시절 고향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화자가 떠올리는 ‘고향’이 가족의 사랑과 이웃 간의 유대가 있는 공동체적 삶의 공간이라는 점은

반대로 화자의 현재 상황이 그만큼 공동체로부터 멀어져 있고,

고유의 민족의 정서가 상실되어 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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