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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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중앙우체국 앞

매루 2020. 1. 31. 21:37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  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고등학교  2학년(1971년) 국어시간에 알게 되었던 청마 유치환의 詩 입니다

까까머리 고교시절에  이 시에 나오는 노스탤지어(nostalgia : 鄕愁)라는 단어를 처움 알게 되었고

nostalgia 에 대하여  느끼고 가졌던 벅찬 감동이 지금도 또렷이 떠오릅니다 

 




이영도(가운데)와  유치환(안경을 낀 이)




(청마가 정운에게  30 여년 동안  보낸 편지모음)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이 책은 청마가 교통사고로 죽은지 한달만에 발간 되었다고  합니다



  늦은 나이(38세)에 경남 통영여중의 국어교사가 된  유치환(청마)은  

당시 딸 하나가 달린 29살의 청상과부  이영도(가사 담당교사, 21살에 남편과 사별)를 알게된후

1947년 부터 거의 매일  그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청마의 편지는 1967년에 그교통사고로 사망할 때(당년 60세)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유치환이 그녀에게 20년 동안 보내온 5,000여 통의 편지 (6·25전쟁 이전 것은 전쟁통에 소실)들 중에서 

당시 <주간한국>이  200통을 추려 <사랑했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냅니다

 청마의 사랑 편지인 <사랑했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는
 출간 당일에 서점들의 주문이 밀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합니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 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 에게로

슬프고 즐겁고 다양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ㅡ유치환의 육필 원고 중에서ㅡ






사랑하는 연인이 문 안에 있고, 그 모습을 엿보며 쓴 연서는 절절한 사랑으로,,,,


청마가 정운에게 보내는 사랑편지를 썼던 우체국의 창문밖으로 바라다 보이는 길건너 수예점(사진속 동방한의원 자리)안에는
그편지의 수취인인 사랑하는 여인 정운의 뜨게질 모습이 보였으리.... 



정운 이영도와  청마 유치환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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