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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섬 농사 이야기

고추를 따며

매루 2019. 8. 12. 10:26



2015.08.20 22:12 작성글

 

1979년 5월 군대를 제대한후 그해여름에 저는 지금은 이세상에없는 친구와  경상북도 청도여행을 하였읍니다

흔히들 전우라 부르기도하는 군대생활때의 동료중의 한사람이 경북 청도군 화양읍에 살고 있었고

고교시절때나 군입대하기전의 청년시절에 무전여행을 즐겨 다녔던 저 이기에

낯선곳에 대한 동경도 동경 이거니와  군에서 3년여동안 고락을 함께한 친구의 부름이

저를  경북의 청도여행길에 나서게 했읍니다 

 

동대구와 경산을 지나면  경산군과 청도군의 경계인 길고높은 남성현재를 넘어야 했는데

구불구불 하기도 하지만 참 길고 가파른 고개 였읍니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머리에 이고 남성현재  꼭데기에  다다르자 허름한 구멍가게가 나타났읍니다

 

여행경비를 아끼기 위하여 저와 친구는 막걸리로 요기를 하기로 했는데

달랑 막걸리 한병을 나누어 마시고있는 저희들에게  구멍가게 주인 어르신이 닥아 오셔서는

 "날도 덥운데 욕본데이"라는 말씀과 함께  된장이 담긴 종지를 저희앞에 내어 놓으시고

손으로 가게앞 텃밭의 고추나무들을 가리키시며 따먹으라고 하셨읍니다

 

훗날 식당을 운영하거나 지금 영흥섬에서 민박을 하면서 제마음속에는 늘 남성현고개 구멍가게 어르신의 심성과

그분께서 내어 주셨던 풋고추와 된장의 멋진맛이 자리잡고 있읍니다

 

그런데 그시절까지만해도 고추의 맛이 지금처럼 맵질 않았었는데

베트남전에 참전했더 군인들과 근로자들이 귀국후 베트남에서 맛보았던 베트남고추의 매운맛을 찾는 바람에

1983년 중앙종묘의에서 유일웅 박사님이 매운맛이 나는 새로운 품종(태국산고추와 제주산고추를 교배)고추종자를 개발한후

경상북도의 청송과 영양지역에서 임상재배에 성공을 한후

이 고추종자의 이름을 청송의 <청> 자와 영양의 <양 >자를 섞어서  청양고추라 이름 지었읍니다

 



1980년대 초반 모 종묘업체가 개발한 고추 품종 이름이 `청양`이다.

품종개발자인 유일웅 박사의 공식 인터뷰에 의하면 청양고추 품종은 제주산과 태국산 고추를 잡종 교배하여 개발했다.

`청송군과 영양군 일대에서 임상재배에 성공했는데, 현지 농가의 요청에 따라 청송의 청(靑), 영양의 양(陽)자를 따서

청양고추로 명명하고 품종 등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4.09.02  경북매일신문에 김살로메(소설가)님이 고추라는 이름으로 올린 칼럼 중에서 

 

 

젊은시절 머나먼곳의 여행길에 특별하게 맛보았던 우리나라 토종 풋고추의 훌륭한 맛의 기억과

매운음식을 좋아하지않는 저의 식성은 오랜동안 식당을  운영하면서 

대부분의 손님들이 매운고추를 찾는다며 음식에 청양고추를 사용하려는 아내와 늘 다투게 되었읍니다

 

지금도 영흥섬 하수오농장에는 음식에 사용하기 위하여 가꾸는 고추밭이 있고 

약간의 꽈리고추와 매운맛이 나는 고추가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있는데

매운고추를 못먹는 제가 먹기 위하여 밭 한켠에   50여그루의 안매운고추를 따로 심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안매운고추의 인기가 무척 좋아서

어떤손님들은 체면불구하고 어린고추까지 싹쓸이 하다싶이 따가는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중국산이 아니더라도 비닐하우스안에서 키웠다거나 화학비료를 사용한 고추를 어쩔수없이 먹어야하는 도시인들에게

공기좋고 볕좋고 바닷바람이 좋은 영흥섬의 노지에서 유기농으로 기른 고추여서 인가 봅니다

 

 

 

 

살림이야기 Headshot

"고추는 다들 안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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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기간 길고 병충해에 약해 기르기 까다로워

거의 매일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서, 고추를 제법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자라고 어떤 형태로 음식에 들어가는지 등

고추가 탄생하여 우리에게 오는 지난한 과정은 정작 잘 모를 것이다.

고추농사는 고추 맛만큼이나 맵다.

 

글 이선미 편집부 \ 사진 류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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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개량종, 오른쪽이 토종. 개량종은 끝이 뭉툭한 데 비해 토종은 뾰족하다.

또 토종은 꼭지가 고추 윗부분을 푹 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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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고추는 개량종에 비해 키가 작다.

8월 15~20일 사이 첫 수확을 하기 때문에 7월 중순의 고추들은 아직 초록색.

아래에 달린 것부터 빨갛게 익는데,

8월 넘어 달리는 것은 빨개지지 않고 풋고추로 남는다.


토양 적응력 좋은 개량종 병충해에 강한 토종

 

고추농사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경북 울진 반딧불공동체 유병태·조영자 부부를 찾아갔다.

해발 530m로 중고랭지인 이 지역은 기온차가 커 고추를 기르기에 좋다고 한다.

부부는 노지에서 개량종 고추를 1만3천223㎡(4천 평), 토종 고추인 수비초를 6천612㎡(2천 평) 유기농으로 짓는다.

수비초는 경북 영양 수비면에서 선발된 재래종으로, 매운맛과 단맛이 알맞게 배합되어 있고 색이 선명하며 모양은 날씬하다.

"개량종은 토양과 기후 적응력이 강한 것 같아요. 탄저병 등 병충해에는 토종이 오히려 강한 것 같고요."

자라는 기간도 달라서 꽃이 떨어지고 빨갛게 익기까지 개량종은 50~55일, 토종은 70일 걸린다.

크기는 토종이 더 작고 수확량도 적다. 하지만 "익는 기간이 길어서 맛이 더 좋은 듯하다."는 유병태 씨의 말처럼

고유의 맛이 뛰어나며 껍질이 얇고 연해 마을 사람들도 집에서 먹는 건 토종을 기른단다.

토종으로 만든 고춧가루 역시 연한 붉은 색이 나면서 맛있게 맵다고.

부부가 5년 전부터 토종을 길러 온 가장 큰 이유는 고추 종자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개량종은 종자의 80~90%가 다국적기업에서 만들어 수입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런 종자는 종이컵처럼 '일회용'이어서, 한 번 쓰면 못 쓰게 만들어져 있어요."

하지만 토종은 씨를 직접 받아서 해마다 심으면 되니까 다국적기업의 상품을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심고 거두는 데만 9개월 걸려

많은 농부들이 농사 중에서도 고추농사가 제일 어렵다고 한다.

유병태 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작물 중에서도 재배기간이 제일 길어서일 것"이라고 한다.

토마토나 호박은 심은 후 60일 정도 지나면 수확할 수 있는 데 비해 고추는 9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보통 1월 말 씨를 뿌려 90일 동안 모종을 키운 후 4월 말 본밭에 아주 심는다.

그러고 나서 8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여러 번에 걸쳐 수확한다.

언제 딴 고추가 좋은지 물었더니 "굳이 등급을 따진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수확한 것"이라고 한다.

"나무가 자라느라 맏물은 좀 잘지. 두 번째, 세 번째 되어야 좀 커져요." 하나하나 손으로 따야 하기 때문에 품도 많이 든다.

고추는 생으로도 먹지만 건고추로 만들어 빻은 고춧가루를 김치, 고추장 등 각종 음식에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확 후 세척과 건조까지 해야 비로소 건고추가 생산된다.

고추 건조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멍석이나 발에 고추를 펼쳐서 햇볕에 말리는 양건,

건조기를 이용하는 열풍 건조(화건), 적외선램프를 이용하여 건조하는원적외선 건조가 있다.

흔히 말하는 태양초가 바로 양건으로,

양분의 손실이 적고 빛깔이 잘 나지만 건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으면 말리는 과정에서 탄저병 등이 번질 수 있어서

소량일 때 적합한 방법이다.

부부는 "이 지역에서 나는 고추는 같은 품종이어도 크기가 굵다 보니 양건은 어렵고 화건을 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건조기 온도를 80℃로 해 놓고 몇 시간 쪘다 말리는데, 부부는 55℃ 이하로 하고 열풍으로 사나흘 동안 서서히 말린다.

"이렇게 하면 기름이나 전기 등 연료값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색깔과 맛이 달라요.

55℃ 이하로 말린 고추의 씨는 심으면 싹이 나니 생명이 살아 있다고도 볼수 있죠. 영양소 파괴도 적고요."


가격이 싼 수입산을 당하기 어렵다

건고추로 고춧가루를 만들면 생고추일 때에 비해 양이 1/5로 줄어든다.

토종의 경우 수확량 자체가 적으니 고춧가루로 만들면 양이 워낙 적어 상품성이 떨어지므로 생산자들이 꺼릴 수밖에 없다.

 "가격이 보전되어야 하는데 개량종보다 가격이 많이 비싸면 사 먹는 사람도 부담스럽잖아요?"

 적은 생산량에 따라 가격을 높이면 소비자 부담이 크고, 토종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가격 차이를 두지 않으면 생산자 부담이 크다.

꼭 토종이 아니더라도 수입산 고춧가루의 낮은 가격은 당하기 어렵다.

 "수입산이 절반 이하로 싸 시중에 파는 가공식품과 김치 대부분은 수입산을 쓴 것"이라는 게 부부의 말로,

특히 다진 양념 형태로 저렴하게 수입되는 고춧가루가 많아 외식으로 먹는 고춧가루는 거의 다 수입산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도 없고 할 줄도 몰라서 집에서 밥을 잘 안 해 먹어요. 김장도 안 하고요.

그래서 가정에서 1년에 소비할 수 있는 고춧가루 양이 점점 줄어드는데, 이걸 앞으로 어떻게 안고 갈지 고민입니다."

고추는 병해충에 워낙 약하다 보니 생산량이 들쭉날쭉하다. 남을 때는 너무 많고, 없을 때는 턱없이 부족해 고민이다.

유병태 씨는 "올해 가뭄이 워낙 심해서 전체적으로 생산량이 넉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년 같은 시기에 비해서 고추가 많이 떨어진데다가 가을장마가 져서 병해충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고추농사가 계속 잘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고추는 기계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시골에 일손이 없고 인건비는 비싸니, 다들 안 하려고 해요."

고추농사를 기피하는 세태 속에서도 우리 식탁에 없어서는 안 되기에 이렇게 힘들여 농사짓는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고,

되도록 국내에서 생산된 고추를 먹으면 좋겠다는 게 부부의 바람이다.

너무나 당연하고도 소박한 이들의 바람이 김치 한 쪽 먹을 때마다, 고추장 한 숟갈 뜰 때마다 기억되면 좋겠다.


인터뷰 - 경북 울진 반딧불공동체 유병태·조영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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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농사를 짓게 된 계기는?

=2002년 한살림에 합류했는데, 물류센터가 멀어 출하를 자주 해야 하는 채소는 엄두를 못 내고

일 년에 한두 번 출하하는 걸 찾다가 고추를 시작하게 됐다.

우리 공동체에 고추농사짓는 사람이 많아서 현재 한살림 고추의 30% 정도를 우리 공동체에서 생산한다.

 

-고추농사짓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10년 넘게 유기농으로 고추를 기르면서 점점 더 조상들이 하던 방식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토종종자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농법도 많이 참고한다.

4년 전부터 일반 퇴비 사용을 최소화하고 활엽수 원목을 파쇄한 후 발효한 목재칩을 땅에 주고 있다.

작물이 자라는데 차이가 없을뿐더러 병해충도 덜하고 수확량도 괜찮아

 2년 정도만 더 하면 미생물과 목재칩으로만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고추 생산자로서 하고 싶은 말은?

=어느 작물이나 마찬가지지만 고추는 농약 안 치고 짓기가 어려워 '도박'이라고까지 한다.

 쉽고 돈 되는 작물만 하려고 하는 시대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작물을 기른다는 데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다.

고추농사가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 생산자들이 안정되게 생산하면 좋겠고, 소비자들은 이러한 어려움과 가치를 잘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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