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한가위에 떠오르는 詩 고향과 노래 향수 본문

日常

한가위에 떠오르는 詩 고향과 노래 향수

매루 2017. 9. 27. 19:30












<꿈에 본 내 故鄕(54/韓正茂)>과 함께 失鄕民들이 좋아하는 노래 향수(鄕愁)





고향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들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 씨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



이 시는 타향에서 병을 앓다가 만난 의원이 화자(話者)가 아버지처럼 섬기는 이와 친구 사이임을 알게 되어,

그를 통해 따스한 고향의 정을 느끼고 고향을 떠올리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에서 환기하는 정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 고향이 불러일으키는 따스한 정이다.

이 시는 이러한 정서를 화자의 내면세계를 보여 주는 독백과 인물 간의 대화 및

 시적 상황을 압축적으로 서술하는 기법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화자가 떠올리는 ‘고향’이 가족의 사랑과 이웃 간의 유대가 있는 공동체적 삶의 공간이라는 점은

반대로 화자의 현재 상황(일제 강점기)이 그만큼 공동체로부터 멀어져 있고,

고유의 민족의 정서가 상실되어 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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