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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차준현. 임한희 기자 lhh@newsin.co.kr |
경직된 가족사진을 거부하고 함께 웃고 떠드는 가운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사진사가 있다.
80~90년대 '명성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웨딩사진 업계를 휩쓸며
현재는 장충동에서 가족사진 전문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차준현 작가를 25일 만나 그의 사진 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차 작가는 18세부터 사진을 시작해 지금껏 외길을 걸어온 그야말로 '사진쟁이'다.
혈기왕성했던 시절에는 성공과 실패의 곡예 속에서 일희일비했으나,
이제는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앉아 세상사 초월한 중후한 예술가의 모습으로 카메라를 든다.
그는 "과거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장녀 성희 씨,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막내딸 혜숙 씨,
그리고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결혼사진이 내 손을 통해 완성됐다"며
웨딩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시절을 회고했다.
그밖에도 그는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사장 등 재벌가의 예식사진과
대통령, 국회의장 등 정치인의 모습을 렌즈에 담아내며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차 작가는 "과거에는 유명인들을 수 없이 접촉하다 보니 사세 확장에 혈안이 됐고, 사진사로서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기도 했다"며
"실패를 하고나서야 비로소 나란 사람은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고 사진으로만 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현재 장충동에서 가족사진 전문 스튜디오 'C9'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구성원들의 개별성이 하나의 소리로 하모니를 이뤄 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이 내 일"이라며
"굳은 표정으로 스튜디오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나의 지휘 하에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치유되는 과정을 볼 때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을 할 때 음악을 크게 틀고 춤을 추게도 하고, 큰소리로 농담을 늘어놓으며 가족 간의 스킨십을 주문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셔터소리는 쉼 없이 터져 나온다.
"때로는 눈물을 터트리는 어머니도 계시고 그런 어머니를 품에 안는 아들도 있습니다.
인위적인 표정이 아닌 진짜 삶의 갖가지 표정을 이끌어내는 작업이죠."
그는 '어떤 것이 좋은 사진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사진이 의미를 가지고 그 역할을 다할 때 좋은 작품이다"며
"가족사진을 예로 들면, 집에 걸려있는 액자을 본 순간 미소가 활짝 지어지는 것이 최고의 사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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