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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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오농장의 꽃식구

금꿩의 다리

매루 2017. 7. 19. 11:57







재작년 봄 산나물을 뜯기 위하여 영흥섬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하수오농장 부근의 풀숲에서 발견했던 꿩의다리풀

그때에는 꿩의다리풀 이파리 모양만 보고 캐어왔는데 그해 장마철 즈음에 피어난 꽃을 보고서야

이것이 운좋게도 금꿩의 다리인줄을 알게 되었읍니다 


장맛비가 주춤 하더니 오늘은 하늘이 가을하늘처럼 파랗고 맑기에 카메라앞에 이녀석을 세웠읍니다

금꿩의 다리는 옥수수대 만큼이나 키다리 입니다



사진에 그다지 솜씨가 없는 제가 찍었는데 참 예쁜꽃 입니다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꽃

입력 2006.07.10. 13:58 수정 2006.07.10. 13:58



ⓒ2006 김민수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해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녀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고 나서야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매력적인지 알았다.

그러나 이미 해는 기울고 있었고 바람이 심했다.

야리야리한 자줏빛 다리를 가진 그녀는 키가 무척이나 컸다. 바람에 흔들린다.

빛이 적고 바람도 부는 데다가 삼각대까지 없고,

더군다나 키까지 커서 두 팔을 올리고 흔들리지 않게 피사체를 담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화면에 뜬 그녀는 모조리 흔들려 있었다.

지난 해 여름, 나는 남녘의 섬에 있었다.

그녀는 경기, 강원도 지방 이북에서만 자란다.

그러니 그 아쉬움이 더했던 꽃 중 하나였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다시 먼 길을 올만큼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2006 김민수

7월이 시작되던 날, 숲 속 길가에 커다란 키에 꽃망울을 올리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아직은 폭죽이 터지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하고 하루가 더 지나 그녀를 만났을 때 그는 아침햇살에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황홀했다.

여전히 키는 크지만 아직 바람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태풍전야의 고요함인지 그녀는 요동도 않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빛도 풍부하고 바람도 없고 삼각대까지 있다.

 더군다나 그녀가 자리 잡은 곳 근처에는 까치발을 들지 않아도 그녀와 키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리도 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은은한 보랏빛의 꽃인데 왜 '금꿩의다리'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다 노랑색 꽃에 '금'자를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하며 어디에 노랑색이 있나보니 꽃술같이 생긴 부분에 노랑색이 있다.

그제야, 꽃으로 착각하고 있던 보랏빛은 꽃받침이요, 꽃술이라고 생각하던 것이 꽃이라는 것을 알았다.

꿩의다리 종류 중에서 가장 예뻐서 금꿩의 다리가 되었나 했더니 꽃이 노랑색이기에 금꿩의다리가 된 것이다.

이른바 꽃받침이 헛꽃의 역할을 한 것이다.

ⓒ2006 김민수

진짜와 가짜, 참과 거짓이 모두 진짜요, 참인 자연을 본다.

가짜가 진짜를 위해서, 거짓이 참을 위해서 봉사한다.

지나친 역설일까?

 자연은 진짜와 가짜, 참과 거짓이라서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참이고 거짓인 이유는 오로지 하나,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게 살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이다.

풀들마다 자기를 지키기 위한 전략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전략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면 '지혜'라는 말로 바꿔도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2006 김민수

진짜가 아니라도 가짜가 아니고꽃이 아니라도 꽃이면 좋겠다.

이 세상에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얼마나 될까?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는데 어떨 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꽃이라고 다 예쁜 것 아니고사람이라고 다 아름다운 것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 예쁜 꽃이라고누구나 예뻐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아무리무 심한 사람이라도"예쁘다!"할 수밖에 없는 꽃이 있다.

그 꽃의 이름은 금/꿩/의/다/리/

- 자작시 <금꿩의다리>

ⓒ2006 김민수

꿩의다리라는 이름이 붙은 내력은 아마도 자잘한 꽃들과 가느다란 줄기,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이파리들의 전체적인 형상이 마치 꿩의 다리를 보는 듯해서였을 것이다.

꿩은 날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하면 날아가질 않고 마구 뛰어간다.

 때론 뛰어가다 풀섶에 머리를 박고는 '나 없다!' 한다.

겨울이면 간혹 흰 눈이 내린 들판에서 꿩을 만나 소리를 지르며 뛰어가면

쌓아둔 짚더미에 머리를 폭 박고는 숨을 죽이고 있는 꿩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름 숲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우거진 숲 사이로 쑥 들어가 버리면 그만이다.

 그래서일까? 숲을 걷다 보면 진작 날아가지 꼭 거의 곁에 다 가서야 푸드덕 날아간다.

숲길을 걷다 말고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금꿩의다리'의 꽃말을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이라고 달아주었다.

 하늘을 날고는 싶은데 마음만 급해서 허둥지둥하는 꿩처럼 오늘 하루도 살아갈지 모를 일이다.


[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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