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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이야기

은수엄마 이야기

매루 2014. 10. 10. 11:29

 

 

 

 

 

은수엄마는 2000년대 초반에 저희부부가 운영하던  갈비집에서 1년여동안 일을 했었읍니다

웬만한 종업들보다 최소 1,5배는 부지런하고 깔끔을 떠는 성격의 은수엄마는

 자존심이 무척 강하여 휘질 못하고 부러지는 성격 이어서

손님들과 혹은 종업원들과의 마찰이 빚어질때마다 제가 중간에서 잦은 곤혹을 치르기도 했었읍니다

그해겨울 은수엄마는 아들 은수가 군에 입대하자 좀 쉬겠다며 저희 갈비집을 그만 두었읍니다

그리고 새해 봄이되자 소래시장에서 새우젖 장사를 시작 하였읍니다

은수엄마는 소래포구에 배가들어올때 제가 좋아하는 꼴두기나 서대등이 보이면 그것을 사서는

<다른사람 절대 주거나 나누어먹지 말고 사장님만 잡수세요> 라는 쪽지와함꼐 제게 보내 주곤 했읍니다

은수엄마는 국내산 이거나 자연산 생선 또는 어패류가 들어오면 저희 처에게 전화를 해주고

덕분에 저희 주변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지금까지도 안심하고 품질좋은 생선과 어패류를 먹고 있읍니다

제가 암으로 시한부생명 선고를 받았던 2003년부터 지금까지 명란젖과 낙지젖을 대주고있어서

주변사람들에게  "둘이 사귀냐?"  "전생에 어떤인연 이었냐"는 등의 말을 듣기도 하지만

저는 덥던 춥던   한데나 다름없는 소래시장에서 억척같이 일을 하느라 제몸 돌보기도 힘들텐데

꾸준히 저를 생각해주는 은수엄마가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 으로는 그녀가  자랑스럽고 대견 하기만 합니다

말수가 적은 은수엄마 이지만 반가워하는 얼굴 한켠에 글썽이는 눈물을 볼때마다

"참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마음 한구석이 찡해지곤 합니다

저는 은수엄마가  착한남자 만나서 여생을 외롭지않게 보냈으면 좋겠읍니다

어린아들 둘을 혼자 키우느라 고생도 무척 많이 했을텐데 전혀 그런내색이 없이

은수엄마는 오늘도 손시려운것도 모르고 찬물에 손을 담그며 생선을 손질하고 있었읍니다

저는 이땅의 홀아비들이 뭘 생각하며 뭘 보고다니는지  도대체  알수가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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