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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半島

대통령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법 과 원칙

매루 2014. 5. 14. 05:04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13일 오후 수녀가 한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진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승객들을 놔둔 채 먼저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 그리고 초동 대처에 실패한 해경 등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참사의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온갖 비정상과 구조적 비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우선 사람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 구조를 들 수 있다.

돈보다 인간다운 삶을 주창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얘기하면 ‘좀 덜떨어진 사람’ 취급 받기 십상인 게 우리 현실이다.

대통령까지 ‘부자 되세요’라고 부추기는 사회에서 돈은 모든 판단과 행동의 핵심 기준이 된다.

 

 

정치권부터 보자. 민주정부라면 권력을 공적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정권은 그 권력을 자기 패거리들의 이권 챙기기 수단으로 남용한다.

권력의 핵심부인 청와대가 대표적이다. 청와대는 정권 지지세력의 일자리 챙겨주는 ‘컨트롤타워’ 노릇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정부와 공기업은 물론 심지어 민간 금융회사 임원 자리에까지 자기 사람을 내리꽂는다.

그렇게 낙하산으로 내려간 이들이 주어진 직무에 충실하겠는가.

정부부터 그러는데 민간부문이라고 다를 리 없다.

돈 더 벌려고 배 구조 변경하고, 화물 과적한 해운회사만 탓할 수는 없다.

잇속 챙기기 바쁜 정치권과 돈 빼돌리느라 부실투성이가 된 민간부문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른바 지도자(별로 쓰고 싶지 않은 표현이지만)라는 사람들의 직업윤리와 도덕성 붕괴도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원인이다.

대통령부터 그렇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 사태를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어떠했는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는 대통령이라면 최소한 국정원장은 경질하고,

국정원 선거 개입을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몰아내지는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반대로 했다.

대통령부터 이러는데 누가 자기 직분에 충실해 자신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겠는가.

이런 사회에서 승객보다 먼저 배에서 도망친 선장의 빗나간 직업윤리만을 탓하는 건 공허하다.

 

 

권력을 감시·비판하고 사회가 썩지 않게 소금 구실을 해야 하는 언론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영방송이라는 한국방송(KBS)은 사장이 회사 간부로부터

“언론에 대한 가치관과 식견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본다”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정상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언론이 피해자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오보와 선정적 보도는 남발하면서 권력에 불리한 내용은 애써 감추었다는 것이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 권력은 더욱 오만해지고, 사회정의는 실종된다.

 

 

모두 우리 사회가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재난대응체계를 완벽하게 재정비하고, 우리 사회를 안전 위주로 재편해 더 이상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제도 몇 개 손본다고 사회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는다.

20여년 전 일어난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참사를 돌아보자.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과정이 당시에도 그대로 되풀이됐다.

부실한 구조 체계를 질타하며 온갖 대책을 세운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없고,

결국 우리는 또다시 생때같은 300여 목숨을 차가운 바닷속에 수장시켰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사회가 근본까지 바뀌려면 제도 변화와 함께 구성원들의 의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혁명적인 의식 변화 없이는 겉모양이 아무리 바뀌어도 사회는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대통령과 정치권 등 권력과 이권을 독점하고 있는 이들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들이 자기편만의 잇속을 챙기고, 국민 안위보다 정권 안위에 더 신경 쓰는 한

국민 모두는 스스로 살기 위해 그들과 똑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근본적인 변화는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층이 과도하게 자기 몫을 챙기려는 행동을 중단할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자기는 바뀌지 않으면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말하는 건 위선이다.

 

 

 

정석구 편집인 twin8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