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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1985년 프로야구 삼미 슈퍼스타즈 고별경기

매루 2012. 10. 9. 09:37

 

 

 

 

 

화제 몰고다닌 ‘사랑받는 꼴찌’

경향신문 | 서영찬 기자 | 입력 2010.06.20 17:48

 

1985년 6월21일 인천 숭의야구장. 평일인데도 3200여명이 관중석을 채웠다. 평소보다 2배가량 많은 인파였다.

이날 슈퍼스타즈 인천 연고 프로야구단 삼미의 고별 경기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즈는 며칠 후 후기리그가 시작되면 청보 핀토스로 거듭나게 될 터였다.

경영난으로 고전하던 모 기업 삼미그룹이 적자덩어리 야구단을 청보그룹에 매각한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를 홈으로 불러들인 슈퍼스타즈는 장명부를 선발로 마운드에 올렸다.

빈볼을 던지며 히죽히죽 웃는 모습 때문에 '너구리'라 불린 장명부는 이날 선발을 자진했다.

슈퍼스타즈의 간판선수인 그에게 벤치를 지킨다는 것이 이날만은 용납이 안됐다.

장명부는 1회에만 볼넷 3개와 안타 6개를 허용하며 8점을 내줬다. 승부는 1회부터 갈리는 듯했다.

하지만 슈퍼스타즈의 '도깨비 방망이'는 기죽지 않았다.

1회말 금광옥이 3점 홈런을 터트리고 3회말 이선웅, 김바위가 각각 1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그러나 롯데의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신용균 삼미 감독대행은 장명부 외 투수 4명을 더 투입했다.

승부도 승부려니와 슈퍼스타즈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인지라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7회부터 선수 교체는 잦아졌다. 모두 21명이 번갈아 가며 출전했다. 경기 결과는 6-16 삼미의 패배.

85년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 억대 연봉 선수가 된 장명부는 이날 패전으로 4승14패1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는 고별전을 통해 통산 첫 50패 투수가 되는 불명예도 얻었다.
그랬다. 슈퍼스타즈는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았다.

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 출범 후 3년반 동안 모두 335경기를 치렀다. 성적은 120승4무211패였다.

프로야구 출범 첫해 기록한 0.188의 승률(15승65패)은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

 슈퍼스타즈에는 '꼴찌'라는 이름표가 따라붙었지만 사랑받는 꼴찌였다.

'외인부대'로도 불린 슈퍼스타즈는 한국야구의 별종이었다.

한 경기 최다 실점, 최다 병살타, 최단·최장시간 경기 등 숱한 진기록을 만들며 화제를 몰고다녔다.
고별전에는 기념식은커녕 사소한 이벤트 하나 없었다.

경기장을 찾은 인천 팬들의 함성과 갈채만 평소보다 조금 크고 잦았을 뿐이다.

별이 되지 못한 슈퍼스타즈의 퇴장은 쓸쓸하고 초라했다.
< 서영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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