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정환이 처 본문
영흥도 하수오밭에 앉아서 밭관리할 생각은 않고 고개들어 바다경치를 구경하고 있었읍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산과 바다는 편안하고 한가하여 고요함이 느껴지는 기분좋은 풍경 입니다
그리 편안한 꼴을 못봐주겠다는듯 휴대전화의 벨이 울립니다
전화의 주인공이 친구임을 알리는 음악 이었기에 느긋이 수화기를 열었읍니다
정환이 였읍니다
"뭐 하셔, 있다가 저녁이나 같이 하자구"
늘 그래왔던것처럼 용건만 간단한 지극히 짧은 통화를 끝냈읍니다
전화통화를 끝낸후 그가 갑자기 왜 저에게 전화를 했을까 하는 한가한 생각을 해봅니다
저희집 근처에서 SK 이동통신대리점을 오랫동안 해오던 정환이 부부 였읍니다
일반전화기 가게를 운영 하다가 나래이동통신의 015 삐삐 대리점을 거쳐 휴대폰 대리점까지
정환이 부부가 이업종에 종사한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읍니다
그러던 정환이는 작년봄 노환의 어머니를 돌보기 위하여 정환이 처에게 가게를 맡기고
수암의 고향집에 고물상을 차리고 어머니와 함께 지내왔읍니다
79년도에 제가 군제대후 사회친구로 시작된 정환이와 저는 마치 어렸을적 친구처럼 무척 가깝게 지내게 되어
율목동에서 함께 자취생활을 하기도 했었읍니다
그때 정환이는 은숙씨(정환이 아내)를 만나게 되었고 이따금씩 저희들 자취방에 함께 오기도 하였는데
그때마다 제가 자리를 비켜주곤 햇었지요
어느날은 이들의 데이트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져서 하릴없이 밖에서 서성이다가
창문으로 흘러나오는 그들의 실랑이를 듣게 되었읍니다
"내가 키쓰를 한번 하자고 그렇게 애원 하는데 안들어주는건 무슨 심보야"라는
정환이의 불만스런 투덜거림소리도 저를 웃게 만들었지만 두시간이 지나도록 버티는 그녀도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제가 못들은척한체로 지내다 몇년전에 정환이 부부가 제앞에서 다둘때마다(10번중 8번은 다툼) ,
제가 내뱉는 율목동 자췻방에서의 키쓰불발 이야기는 그들의 부부싸움을 진화 시키는데 특효약이 되어버렸읍니다
정환이가 SK대리점을 처에게 맡기고 수암으로 떠난후부터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 하였고
작년연말에 대리점을 반납하고 판매점으로 다시 영업을 시작 하여 운영해 오던중
정환이 처는 몇일전 게단에서 미끄러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정환이 처는 수암 고향집에서 어머니 보살펴 드리랴 고물상일을 하랴 눈코뜰새없이 바쁜 정환이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여러가지로 부담을 주었던 모양 입니다
그중에 도저히 병원밥을 먹을수가 없다고 칭얼대는 수준의 닥달이 정환이가 저에게 전화를 하게된 동기 였읍니다
부부동반으로 SK대리점 부근의 낙지취급 음식점엘 들어 갔더니 예전에 저희부부가 운영했던 갈빗집에서 일을했던 아주머니가
우리일행을 반겨 주었읍니다, 덕분에 그제,어제 들어온 낙지가 아닌 방금 들어와 숨겨놓았던 낙지를 우리는 얻어먹을수가 있었읍니다
식사를 하면서 정환이가 하는 몇마디 말에서 곧바로 저는 정환이의 의중을 파악할수 있었읍니다
"은숙씨 오늘 집에 돌아가셔서 정환이가 키쓰하자고 하면 언제적처럼 빼시면 안됩니다
내일 제가 정화이한테 물어 봐가지고 성공 했다는 대답을 들으면 수연엄마(제 아내)한테 이것저것 반찬 만들어 드리라고 할거고
그렇지않으면 국물도 없는겁니다" 라는 저의 제의에 정환이처의 입은 크고 동그랗게 벌어지며
웃자니 어색한것같은 멍한표정을 지으며 저와 정환이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 보았읍니다
낙지집 한켠에 진돗개 모자의 모습이 보였읍니다
중개가 되도록 어미의 젖을 빨고있는 강아지를 보면서 58년생 정환이처가 떠오르느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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