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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매루 2016. 3. 12. 11:58

 

 

 

 

 

 

 

 

 

마지막 의정보고서

 

2011년 12월 31일

 

 

 존경하는 군포 시민 여러분!

 저는 군포를 떠나 대구로 가고자 합니다. 저를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오늘까지 키워주신 시민 여러분 곁을 떠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결심을 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지난 총선에서 저에게 맡겨주신 소임이 있는데 그걸 100% 제가 다 수행을 했던가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이 의정보고서는 따라서 제가 군포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마지막 인사이자, 저에게 여러분이 하명하신 과제의 최종 보고서입니다.

 

 먼저 제가 미처 못 한 일부터 자복(?)하겠습니다.

 

- 뉴타운 사업

 아마 가장 큰 관심이 군포, 금정지구 뉴타운 사업일 겁니다. 사업은 지금 사실상 중단 상태입니다. 지구 내 주민 여러분의 의견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먼저 추진된 뉴타운 사업을 봤더니 전부 제 집만 뺏긴 셈이 되어 버렸다는 뉴스가 영향이 컸습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뉴타운 사업은 주민이 다시 들어가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재개발 사업은 사람을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을 중심으로 보면 안 됩니다. 그리 되면, 집은 좋아질지 모르지만 정작 살던 사람이 쫓겨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원칙에서 제가 생각하는 뉴타운 사업은 지금처럼 한꺼번에 해서는 곤란합니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부터 정부 재정 지원을 넣어서 순차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는 사람이 좋아집니다.

 마침 어제 국회에서 주민동의가 낮은 뉴타운 사업은 포기할 수 있게 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도 사업이 안 되면 자동으로 구역이 해제되는 일몰제 등의 내용이 담긴 소위 ‘뉴타운법’ 개정안도 통과되었습니다.

 

 

- 당정공업지역의 국가산업단지 지정 및 공대 유치

 군포시의 향후 시세(市勢)는 당정공업지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처럼 대공장과 소규모 영세 공장이 섞여 있는 상태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해서 통으로 구상해보자는 게 제 공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 산단 지정 자체가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국가 산단을 지정하게 되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들어가야 하는데, 온통 4대강 사업에만 예산을 다 쓸어 넣은 나머지, 기왕에 지정된 산단조차도 사업 진척이 안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 변화가 없으면 제 공약인 국가 산단 지정이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2009년 정부가 세종시를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전환한다고 발표하면서 서울 소재 명문 공대들에게 이전을 제안하는 바람에 이리 저리 흔들려 버렸습니다.

 어쨌든 공약을 실현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립니다.

 

 다음으로 진행된 일은 간략히만 보고 드리겠습니다.

 

- 송전탑 지중화 사업 착공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지난 11월 말에 마침내 착공식을 가졌습니다. 이제 아파트 단지 뒤를 따라 수리산 자락을 따라 서 있던 총 19개의 흉물들은 2013년 12월이면 완전히 땅 속에 묻히게 됩니다.

 

- 교육특구 사업

 해마다 교육청이나 교육인적자원부를 통해 ‘교육특구로 지정된 만큼 군포에는 특별한 관심과 육성이 필요하다.’고 싸우다시피(?)해서 예산을 가져오곤 했습니다. 명품학교지원사업이나 영어 원어민교사 증원 배치 등 10년 전만 하더라도 아이가 고등학교 갈 나이쯤 되면 이사를 나가던 것이 이제는 교육 때문에라도 이사 오는 군포가 되고 있다고 감히 자부 드립니다.

 

- 우신버스 차고지 활용

 올해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치렀습니다. 2013년이면 부지 매입이 완료됩니다. 그리고 향후 활용 방안은 김윤주 시장께서 몇 가지 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워낙 조용하고 공기가 좋은 길지인 만큼 시민들의 정신과 육체를 공히 살찌우는 방안이 나올 것을 믿습니다.

이상으로 지면이 허용하는 한에서의 공약 및 현안 보고를 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왜 대구로 향하는지 외람되나마 몇 말씀 드리는 것이 예의일 것 같습니다.

저에겐 한(恨)과 꿈이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TK(대구경북) 출신입니다. 그런데 재야운동을 했던 탓에 정치는 민주당에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정치를 하는 과정에서는 숱한 파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저런 과정에서 저는 한국 정치가 지역주의 때문에 얼마나 멍들었는지, 영호남간의 분열이 우리에게 얼마나 해악인지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상처도 엄청 받았습니다. 속으로 울분도 삼켜야 했습니다. 그것이 저의 한이기에 지역주의라는 벽을 넘는 것은 저의 정치적 꿈이 되었습니다. 그 꿈은 제 정치적 스승이었던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제정구 의원의 꿈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구에 가 지역주의라는 벽을 넘고자 합니다. 영호남에도 공히 양당체제가 자리 잡혀 상호 감시와 견제 속에 정책으로 경쟁하고 도덕성으로 승부하는 정치를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길임을 압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저부터 뛰어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존경하는 군포 시민 여러분!

오늘 저의 정치적 선택이 어떤 분에겐 무책임으로 혹 어떤 분에겐 만용으로 비판받을 수 있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달게 받겠습니다. 그 질책을 오히려 거름 삼아 더 분발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부끄러워하지 않을 ‘군포 시민의 자식 같은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높은 시민의식을 지닌 여러분이 계시어 지난 12년간 저 김부겸은 행복한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이제 깊이 머리 숙여 이별의 예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임진년 새해에도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국회의원 김부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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