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完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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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든 물이가고
누구든 물길러간다는 뜻
完井사거리의 그대
누구에게든 가고
누구든 찾아오니
그대는 사랑'.
인천 서구 완정사거리에는 '완정(完井)사거리'라는 시비(詩碑)가 있다. 이 시는 검단4동에 위치한 마전교회 김광후(55) 목사의 작품으로 시비는 지난해 7월 세워졌다. 종교를 초월한 김 목사의 유별난 지역사랑에서 빚어진 작품이다.
10일 오후 마전교회에서 만난 김광후 목사는 "동네마다 좋은 이름이 있고, 전설에 따른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데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시화되면서 이런 이야기가 흙더미에 같이 파묻히는게 너무 아쉬웠다"며 "이 시는 내가 사는 동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계양구에서 목회를 하다 1991년 검단으로 왔다는 김 목사. 그는 자연부락이 많았던 서구 검단지역이 점점 도시화 되면서 향토성과 옛이야기들이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고 한다. 그러던 중 김 목사는 검단4동 주민센터에 지역의 향토성을 간직하고 문화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을 해야한다고 제안했고, 환경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완정사거리에 시비를 세울 수 있었다.
김 목사는 "완정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완전한 우물이라는 뜻이다. 유래를 살펴보니 이 일대에 샘이 하나 있었는데 물이 많아서 주민 모두가 다 마실 수 있는 우물이었다고 하더라"라며 "내가 사는 동네에 완정이라는 아름다운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시비에 특별히 교회 이름이나 목사 직함을 쓰지 않은 것은 목사가 아닌 주민 '김광후'로 평생 살고 싶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 목사가 지역사회에 애착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여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선교단 피랍사건 때부터다. 당시는 국내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을 때였다.
그는 "한국교회가 국내외에서 정말 많은 봉사와 헌신을 하는데 왜 국민들은 이를 몰라줄까 생각해보니 지역사회와의 밀착이 없었다"며 "이때부터 모든 목회 방향을 지역주민과 함께하자고 정하다보니 진짜 지역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때부터 '주민함께 검단사랑 바자회'라는 바자회를 매년 개최, 수익금을 지역에 기부하고 있다. 최근엔 바자회 수익금 1천500만원을 검단의 각 지역 청소년 장학금으로 사용해 달라며 검단4동 통장들에게 전달했다.
김 목사는 "우리 지역의 이름과 분위기, 조상의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라며 "이것을 지키는 것이 바로 지역 학생들에게는 말 없는 교육이 될 것이고, 지역의 자산가치는 올라가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인일보/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