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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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섬친구들 1

약우물터 악동들

매루 2012. 1. 16. 17:50

 

 

 


 

 

제가 졸업했던 인천의 용현초등학교  교가 가사중에 약수터 넓은뜰에,,,라는 귀절이 있읍니다

지금의 용현초등학교 주변은  제 어린시절이  묻어있는  학교 였는데도 워낙 많이 변하여

방향감각조차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우리가 여름이면 발가숭이 물장난을 치며 놀았던

염전 저수지와 드넓은 염전터가 초고층 아파트단지로 변하였고

우리들이 용현초등학교에 재학중이었던 1960년대보다 훨씬 이전 이었던 1940년대에 학교앞 맹아산의 채석장 부근에는  

인천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약수터(장좌리 약물터)가 있었기에 용현초등학교 교가에는 <약수터 넓은뜰에 ....>라는 가사가 있읍니다

저와같은 용현초등학교 출신은 아니지만 제 오랜친구인 광희가 70년대초부터 그곳 약우물터에 이사와 살기 시작 하였고

광희는  그곳의 또래들과 어울리면서부터  술에 취하면 언행이 몹시 볼성 사나워지기 시작 하였고

 저희들이 결혼을 하여 처자가 생기고서 부터는 그친구가 술에 취해있으면 기피를 할 지경까지 이르렀었읍니다

그때 저는 광희와 함께 어울리며 술을 먹는 친구들을 통털어 <약우물터 양아치XX들>이라고 흉을 보기도하고 원망을 하기도 했읍니다

훗날 제가 용현초등학교 동창회에 나오기 시작한후 그동안 <약우물터 양아치XX들>이라고 흉보아오던 사람들 중에는

상당수의 제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포함되어있다는것을 알게 되었읍니다 

 저와 초등학교 동창사이인줄은 모르고 제가 미워하고 흉보았던그들이 바로 권병우, 김형근,이추석,원종학,주태순등

 내노라하는 酒神들 이었읍니다

그들은 지나치게 술을 좋아하다보니 술에 취하여 흐트러진 언행으로 동창회 모임때 좌중을 이따금씩 당혹케 했었지요그

러면서도 해마다 10월 3일 체육대회날 이면 이른새벽에 운동장에 나와서

친구들을 위하여 천막설치및 만반의 준비를 해놓던 친구들이 약우물터 양아치녀석들 이기도 했을만큼 예쁜구석도 많고

 그들이   동창모임에 한꺼번에 빠지면 빈자리가 느껴질 정도로

저희 동창회내에 형성되어있는   몇개의 끼리끼리들 중에 큰 지분을 형성하고있는 친구들 입니다

 

 

어제 새벽에  그들중 한명인 병우가 우리들과 영원한 이별을 고하고 저 세상으로 떠났읍니다

 어제와 오늘 병우의 영전에는 고인과의 마지막 이별을 고하고저 많은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읍니다

 정기모임때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모습을 볼수 없는 친구들도 친구의 장례식장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제 초등학교동창회의 오랜 모습 이었기에 모임의 일원으로서 고맙고 뿌듯한 마음을 금할길 없었읍니다

특히 발인날  병우의 관을 옮기는 운구를 병우의 아들친구들이 아닌 약우물터 양아치 녀석들이 직접 한다고 합니다

50년 넘게 이어온 그들의 우정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해마다 10월 3일 체육대회날이면 이른새벽에 운동장에 나와서친

구들을 위하여 천막설치를 비롯하여 만반의 준비를 해왔던 친구들이고  그중에 병우는 개근상감 이었지요

저는 이제부터 그들을 약우물터 양아치가 아닌 약우물터 악동들 이라고 부를 겁니다

다시한번 지나치게 마음이 여렸던 친구 병우의 명복을 빌며친한 친구를 잃은 약우물터 악동들의 슬픔을 위로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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