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LA갈비 (진영이 부모 이야기) 본문
제가 1993년도에 만수동 주공APT 단지내 상가 2층에서 실내장식업을 하고 있을때 같은 건물 지하에는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자매부부가 있었읍니다
언니부부는 파주에서 유기농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이글의 주인공인 진영이 부모들은 가게를 보면서 배달을 하고 있었읍니다
진영이 아빠는 저와 동갑 이기도 했지만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도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되어 급속도로 친해진 사이 입니다
충남 홍성의 빈농출신인 진영이 아빠는 결혼후 무작정 상경을 하여 갖은 고생을 다 겪다가 이곳 상가에 들어와서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거래처로 부터 신뢰를 쌓기 시작하여 이듬해에 옆가게인 정육점을 인수하여 호황을 누리면서 간호사출신의 딸 진영이와 회사원인 아들 병권이를
2000년대 중반에 혼인을 시키고 지금은 손주(큰손주는 초등학교 1학년)들의 재롱에 푹 빠져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있읍니다
저희 부부가 대형갈빗집을 운영할때 손님들로부터 호평을 받을수 있게끔 항상 질좋은 고기를 대주기도했던 진영이 아빠 입니다
설,한가위 당일을 제외하고는 가게를 비워본적이 없을 정도로 근면성실한 진영이 아빠는 2000년대 초반에 제가 말기암으로 4개월 시한부생명을 선고받고
수술을 거부하며 칩거에 들어가자 저와함께 용현동 버스터미날에서 강화행 버스를 타고 강화도 여행을 하느라 가게를 하루 비운적이 있었읍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편리할수도 있었겠지만 저에게 수술을 받도록 설득을 하기에는 버스이용이 유리 하다고 생각을 했었던 모양 입니다
그 이후로 제가 수술을 받고 현재까지 이세상살이를 하고 있으니 진영이 아빠는 어찌보면 제 생명연장의 숨은 주인공 이기도 합니다
저처럼 연로하신 홀아버지를 모시고있는 진영이 아빠는 아버지 일이라면 만사를 제껴두고 아버지에게 달려가는 바람에 부부싸움이 발생하고
그 부부싸움이 저희부부앞에서 더 치열해지곤 하다가도 니나노가 아닌 니나나나 라며 흥얼거리는 동병상련의 저의 창을 들으며 웃곤 합니다
이명박정권 초기에 불었던 미국산 수입소고기의 광우병 문제로 온나라가 시끄러울때 진영이 아빠는 스스로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중단 했었고
그 후에는 미국산소고기 중에서도 20개월 미만의 소고기만 취급을 해왔읍니다
하지만 제가 어진내 식당을 운영 하면서 쇠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을 메뉴판에서 아예 없애 버린 바람에
진영이 아빠가 항상 자신있게 자랑하며 취급해오던 홍성한우마저 저희 어진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명박씨는 저와 진영이 아빠 사이를 불편하게 만든 얄미운 사람 이기도 합니다
어젯밤에 진영이 아빠는 "구리수마쓰에 연말도 다가오니 이거 가지고 여러사람들 나눠먹고 우리들끼리 잔치도 벌이자"며 LA갈비를 잔뜩 가져왔읍니다
그리고는 저를 힐끗 바라보면서 제 아내에게 "수연이 아빠(저의 호칭)가 뭐라 그러던 말던 지지고 볶고 구어 먹다가 부족하면 더 갖다가 먹읍시다"라고 말을 합니다
앓느니 죽고 마는 제성격을 진영이 아빠는 잘 알고 있기에 어진내에서는 미국산쇠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언급을 안했던 진영이 아빠 가
어진내를 접은지 1년이 훨씬지난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제 앞에서 2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하여 한 이야기인데 전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지금은 인터넷에,손주들 재롱에 푹 빠져 예전만큼 저희와 부부동반으로 노래방에 자주 다니지는 못하지만
배호씨의 안개낀 장충단 공원은 진영이 아빠가 노래방에 가서 즐겨 부르던 노래 입니다
2009년 10월13일 자신들의 결혼기념일 여행에 저를 동참 시키더니 경남 고성 동해면의 바닷가로 떠났읍니다
경남 고성 동해면은 제 아내가 태어나고 자란 제 처갓집 동네 입니다
진영이 작은 이모(가운데)는 이곳에 시집을 와서 살고있기에 저희와 묘한 인연을 이룹니다
맨 오른쪽의 진영이 큰 이모님은 파주에서 유기농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으며
저에게 쌍둥이아빠,쌍둥이아빠하시며 뭐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시는 진영이부모만큼 저희부부와 친한 사이 입니다
그날 새벽에 당동 앞바다에 배타고 나가서 그물에 걸려있던 것을 걷어온 맛있는 가을전어 입니다
전직 숯불갈비집 火夫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 해 봅니다
경남 고성군의 주산인 거류산
집에 못올뻔 했읍니다
헤어지는것은 언제나 아쉽습니다
광우병 문제로 온나라가 시끄러울때 어진내식당에 걸어놓은 원산지표시판의 쇠고기란에 취급안함 이라고 쓰여진 글귀 때문에
저희 단골손님들과 친구들이 명불허전 이야기를 하곤 했읍니다
어제 진영이 아빠가 가져온 LA갈비인데 갈빗집경험자인 제가 보기에 마블링(고기와 기름이 어울려 있는 무늬)이 우수한 최상품 입니다
핏물을 빼기 위햐여 물에 담가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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