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천방지축 본문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간 쯤에 신일이로 부터 전화가 걸려 왔읍니다
"일후야 나 가을을 타나봐? 그냥 걷고싶어,,,"라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저는 그의 심기가 편치않음을 직감 했읍니다
"또 어인일로 마나님과 다투셨길래 이리 청승을 떠시나이까?"라고 대꾸를 해주었읍니다
"내가 싸우긴 왜 싸워! 그냥 가을을 타는 모양 이라니까,,,,"라며 변명을 하는 그에게
"지금 어디 게신지 모르지만 저희집 부근에 와 게시는것 같은데 길거리에서 방황하시지 말고 이리로 오시지요"라고
말한후 전화를 끊었읍니다
잠시후 나타난 그에게서는 간밤에 외박을 한 행색이 역력했고 술냄새가 진하게 풍기는걸로 봐서는 아침부터 술을 마신것 같았읍니다
"네 처 께서 너 이러고 다니는거 알고 게시냐?"라고 야단조의 말을 건네고 나니 괜히 딱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읍니다
"점심시간도 되었으니 자세한 소설줄거리는 점심을 먹으면서 듣자꾸나"라고 말한후 "뭘 먹고싶냐?"고 물었읍니다
부평에 자기가 잘아는 동생이 추어탕집을 하는데 맛이 좋다며 그곳으로 가자기에
넘치는 술냄새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긴 곤란할것같아 택시를 이용하여 부평에 있는 식당엘 도착 하였읍니다
예상대로 추어탕집 주인은 40대초반의 여성 이었는데 신일이는 제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도
누구누구라고 에둘러 인사를 시켜주었읍니다
여자들 앞에서 말 많이하고 나서기를 좋아할뿐, 불륜과는 거리가 먼 신일이 인지라 식당의 여주인과 편안하게 인사를 나누었읍니다
추어탕 두그릇을 주문 하면서 신일이는 맥주를 주문 했지만 식당주인은 대낮부터 무슨술 이냐며 내오기를 거부 하였읍니다
그러자 신일이는 자신이 직접 냉장고문을 열고 맥주 몇병을 가지고 왔읍니다
맥주 몇잔이 들어가자 신세타령이 시작 되었읍니다
지칠때까지 원없이 해보라고 잠자코 듣고 있자니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 하던중 신일이 처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모양 이었읍니다
통화내용이 들리지는 않지만 지금 있는곳이 어디냐고 묻는 신일이 처의 질문에 주안 이라고 엉뚱한 대답을 신일이는 하고 있었읍니다
몇마디 짜증투의 대답이 오가더니 "일후랑 같이 밥 먹고있어,,,일후 바꿔줄께"라며 제게 수화기를 건네 주기에
어떨결에 받은 전화기 속에서는 애써 차분해 하는 신일이처의 목소리가 들려 왔읍니다
"제가 디지게 패 가지고 영흥도행 버스에 태워 보낼 테니까 걱정 마세요"라고 말씀을 드린후 통화를 끝냈읍니다
처 와의 통화가 끝나자 방금전 까지만해도 처량맞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신일이 특유의 웃음섞인 입담이 살아 나기 시작 했읍니다
처음보는 옆식탁의 여성손님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말을 걸더니 금새 서로 깔깔대고 웃질않나?,,,,,
부부싸움하고 집나온 남자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수없는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존재가 아닐수 없었읍니다
옆좌석의 처음보는 아줌마들과 주거니 받거니 맥주잔이 오가며 시시덕 거릴때 저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어 있었읍니다
가을을 타는지 그냥 걷고 싶다며 온갖 청승을 떨더니 이제는 아주 신이 나 있었읍니다
지켜질지는 알수 없지만 영흥도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그 아주머니들은 식당을 빠져 나갔고
점심시간의 바쁨도 끝나가자 여주인이 저희들 자리에 와서 함께 앉자마자 신일이는 저에게 여주인을 다시 소개를 시키면서
여주인과 자신은 아주 순수한 사이라며 묻지도 않은 말에 열심히 설명를 하기 시작 하였읍니다
"네 처하고 왜 다투었는지 그리고 왜 가출을 했는지 소설 줄거리는 언제 해줄거야?"라는 저의 물음을 애써 외면하기에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밖으로 나와 젊었을때 부평 이곳저곳에 남겨두었던 추억들을 생각 하다가
다시 식당으로 들어섰는데 식당 카운터 주변에는 아까 미처 보질 못했던 여러 화분들이 놓여져 있었고
그중에는 소라껍데기풍란을 비롯한 영흥도 사무실에있던 제작품 몇점이 놓여 있었읍니다
다시 자리로 들어가 앉은후 시치미를 떼고 "아주머니 께서는 난초 키우시는 솜씨가 제법 이시네요"라며
신일이 들으라고 크게 이야기를 하였읍니다
신일이는 술이 취해서인지 무슨말인지 못알아듣다가 여주인이 "얼마전에 영흥도에 놀러갔을때 신일이 오빠가 주신 거에요"라고
말할때서야 사태를 파악한 신일이는 곤혹스런 표정을 짓더니 이내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이 선물로 주었는데
미처 저에게 이야기를 못했다며 상황을 얼버무리려 했읍니다
그러한 일이 한두번 있었던 일이 아니었고 그때마다 제가 좋은말과 표정으로 덮어 왔었지만
오늘 만큼은 덮어 줄수가 없었읍니다
술에 취해 영흥도에 안들어 가려는 그를 제압할수있는 무기가 제게 생긴것 이지요
제 꾀 대로 신일이는 순순히 저의 귀가종용에 따라 주었고 오후4시편 영흥도행 버스에 그를 태우는데 성공을 했읍니다
사람 좋아하고 어울리기 좋아하고 무엇이든지 남주기를 좋아하는 마음넓은 그 이지만
오늘은 술에취해 초라해 보이는 뒷모습을 보면서 신일이 처에게 전화문자를 보냈읍니다
"평소의 신일이 답지않게 초라해 보이네요, 4시에 저희집 앞에서 영흥도행 버스에 태웠읍니다 "
장계현의 What am i living for ,,,,,,는 신일이가 오늘 오전에 제게 와서 듣고 싶다며 틀어 달라던 노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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