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대한민국의 존경받는 정통보수 본문
나는 대한민국 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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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바이벌 오락물이 넘쳐나는 것은 시대정신의 바람직한 반영이다. 세상은 언제나 둘 중 하나다. 이기거나 지거나. 개성이니 다양성이니 하는 것들은 철딱서니 없는 이들의 얘기다. 경쟁은 승리로 아름다워지고 패배로 추해지는 법이다. 그러므로 내가 세상을 사는 방법도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남을 밟아 승리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승리가 보이지 않을 때 재빨리 승자에게 빌붙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패배란 없다. 변전의 고빗길마다 질긴 생명력으로 오늘의 나에게 온전히 대물림된 선대의 유전자는 말한다. “결과가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
나는 일제 때 중추원 참의원을 지냈다. 제국의 ‘하해와 같은 은혜’로 관직을 하사받았으나 그렇다고 스스로 애써 노력한 바가 없었던 게 아니다. 여기서 필설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영광스러운 황국의 식민이 되는 길이 어찌 순탄키만 했겠는가. 나는 먼저 유신치가(維新治家)를 집안의 가훈으로 삼았다. 그리고 만주군관학교를 나와 간도특설대를 지원했다. 항일독립군을 토벌하면서 혁혁한 전과를 올림으로써 나와 나의 후손들은 비로소 탄탄한 주류의 반석에 오르게 됐다. 일부 좌익들이 친일매국노 운운하는 것은 조금도 괘념할 바가 아니다. 친일이든 매국이든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주 잠깐 반민특위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와 같은 좌익들의 도전이 거셀 때 나는 사실 조금 위축됐었다. 그러나 나는 다음과 같은 금석명언으로 의연히 대응했다. “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진 것도 아니고, 우리가 배반하여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도 독립이 빨라질 것이 아니었다.” “주의주장이야 어찌 되었건 민중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평화로운 생활을 하도록 해주는 것이 칼을 쥐고 있는 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대세가 어디로 기울지 나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제국의 운명이 다했다는 예감은 적중했다. 나는 패권의 정중앙으로 들어가기로 작정했다. 유학을 떠나 미국의 프린스턴대학에서 단 6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모두 받았다. 나는 진정으로 뼛속 깊숙이까지 미국인이 되길 원했다. 미국인이 좋아하는 걸 사랑했고 그들이 싫어하는 것은 혐오했다. 숭미는 선이고 반미는 악이었다. 팔일오 ‘해방’(이 표현은 왠지 불온하다. 권력의 공백기라는 용어가 적확하겠다) 직후 새로운 권력으로 조선반도에 진주한 미군에게 나는, 황국 시절의 나와 같았다. 몽매한 대중을 ‘포퓰리즘’으로 현혹하던 불온한 정치적 경쟁자들을 차례로 제거하면서 나는 국가정체성의 초석을 확실히 다졌다. 오늘날 애국적인 역사가들은 나를 건국의 아버지로 부른다. 분별력 없는 사람들은 말한다. 왜 자유·책임·관용·정직과 같은 보수의 보편적 가치가 대한민국 보수에겐 없느냐고.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 이유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시대정신을 좇아 승리로써 패권을 성취한 자의 자부심, 바로 이것이 대한민국 국가정체성의 핵심이다. 나는 대한민국 정통 보수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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