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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半島

소록도의 조용필

매루 2011. 4. 16. 18:16

 

 

 

소록도의 조용필

‘한오백년’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7년 전 먼저 가버린 ‘영감’이 생각났다. 야속한 사람….

15일 오후 1시30분 전남 고흥군 도양읍 국립소록도병원 우촌복지관에서 열린 가수 조용필씨의 자선공연장에서 한센인 김아무개(75)씨는 눈물을 훔쳤다. 10대에 병이 나 소록도에 들어왔다가 완치된 그는 30대에 남편을 만나 세상으로 나갔다. “노래 들으니 내 팔자가 생각났지, 뭐. 떠나버린 영감도 보고 싶고….” 그는 두 아들을 뭍에 두고 2004년 소록도로 다시 돌아왔다. 김씨는 “대스타가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지요”라며 “빵도 골고루 나눠주고 정을 듬뿍 나눠주더라”고 말했다.

이날 가왕 조용필은 1시간여 동안 ‘돌아와요 부산항에’, ‘단발머리’ 등 히트곡 10여곡을 열창했다. 한센인 환자 350여명과 자원봉사자, 병원 직원 등 500여명은 ‘1년 전 약속 공연’이 믿기지 않는 듯 박수와 환호로 기뻐했다. 조씨는 지난해 5월5일 소록도에서 열린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공연에 나와 ‘꼭 다시 한번 혼자 소록도를 찾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사람들은 가왕의 소탈함에 감동했다. 조용필씨는 공연 도중 ‘지난해 공연 때 환호를 많이 했던 할아버지 어디 계시느냐’고 물었다. 그가 찾던 이는 70대 후반의 시각장애인 황아무개 할아버지였다. 황씨가 몸이 불편해 이날 공연 구경을 오지 못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꼭 빨리 쾌차하시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또 ‘친구여’를 부르면서 무대 밑으로 내려가 한센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눈물을 글썽이던 한센인들도 흥겨운 노래에 흥이 오르자 무대 위로 올라가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이번 자선공연은 3주 전께 일정이 전해진 뒤 외부에는 되도록 알리지 않았다. 지난 13일 조명·무대·음향 부문 스태프들이 소록도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기쁨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의순 국립소록도병원 서무과장은 “(조용필씨 쪽에서) 일반인들이 오면 한센인 분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외부에 알리지 말자고 했다”며 “그냥 격식 없이 편하게 노래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조용필씨는 “지난해 소록도에서 협연하면서 노래를 한 곡만 부르고 떠나온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며 “제대로 된 공연으로 한센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이 후원한 옷 1500점과 익명의 기업인이 보내온 영양제와 간식 등도 전해졌다.

                                                                                                         한겨레신문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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