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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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섬친구들 1

세일이 이야기

매루 2011. 5. 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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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이는 저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같은 교문으로 들고난 12년 동창생 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때 전학을 왔기 때문에 초등학교시절의 세일이는 전혀 기억이 없고

동인천중학교에 함께 입학한후 용현동의 집과 제물포에있는 학교의 편도 1시간거리의 등하굣길

친구로 지냈고 봄이면 인하공대(인하대 전신)운동장 풀밭에서 친구들과함께 씨름도하고

네잎클로버를 찾기도 했던 친한 사이였읍니다 그러다가 제가 구월동쪽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 멀어져 버렸고 고등학교 3년동안은

서로의 존재조차 까맣게 잊고 지냈고 졸업후 사회에 나와서 간혹 길에서 마주치면

건성으로 인사하고 지나치는 사이가 되어버렸었읍니다

80년대초반부터 제가 고등학교 동창회를 주도적으로 만들고 활성화시키려고

백방으로 뛰고 노력할때에도 세일이는 전혀 반응도 없었고 모임에 한번도 나오질 않았읍니다

2003년 우연한 인연으로 제가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처음으로 그모임의 자리에 나갔을때

세일이가 그곳에 앉아있었읍니다 거의 20년만에 만나는 세일이여서 반갑기도 했지만

세일이를 보는순간 제입에서는 "흉칙한놈 같으니라고 ! 엉아가 고등학교동창회에 좀 참석 하라고 그렇게

사정사정할때는 들은척도 안하더니 초등학교 동창회에는 아주 정예멤버 였네? 에라이 XXXXXX야"라고

꾸짖음이 터져 나왔읍니다

그러면서부터 세일이와 저는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 하였고  다른친구들로부터 시샘을 살 정도로

12년 동창다운 돈독한 유대와  서로에게의 관심을 갖고 항상 정다운 사이였읍니다

그러던 어느날 세일이는 싱글벙글 웃는얼굴에 벌겋게 상기된 안색을 하고 제게 찾아왔읍니다

자신의 늦동이 아들 (1990년생)이 과학고를 조기졸업(2년)하고 카이스트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며

평소에는 말수가 적고 속내를  드러내지않던 그가 자랑을 늘어놓는것 이엇읍니다

그날로 초등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세일이 가족의 경사남을 알리는 글을 올렸읍니다

그리고 그글 중에 세일이와 제가 동인천고등학교 출신임을 슬쩍 강조를 했읍니다

그런데  축하한다는 댓글이 무수히 달리면서도 동인천고등학교에 대한 거부섞인 글은 한자도 없었읍니다

저는 세일이에게 "남의 자식들은 고등학교 3년 꼬박 다니고도 대학교 들어가는데 애를 먹기 마련인데

네 아들은 고등학교를 2년밖에 안다니고도 카이스트에 들어갔으니까 카이스트는 나중에 계산 하기로하고

고등학교 1년 안다녀서 절약된 학비를 동창회 기금으로 한번 쾌척해봄이 어떻겠냐?"라고 그를 졸랐읍니다

아들의 경사로 혼쾌히 거액을 동창회비로 쾌척한 세일이는 그해 겨울에 자신의 직장인 농협에서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겹경사를 맞이하게 됩니다 

작년 가을에 제가 어진내식당을 접게되자  자기일처럼 걱정하며 일부러 찾아와 병원비에 보태라며

거액을 내놓고가곤해서 제가 동인천고등학교 나온것이 무척 자랑스럽기까지 했읍니다

얼마전 제가 사는동네의 한아파트에서  카이스트에 재학중인 학생이 투신자살을 햇다는 뉴스를 접하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며 놀라움과 걱정을 한적이 있었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세일이의 아들은 아니었읍니다

오늘 오후에 세일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읍니다

제가 영흥도에 들어가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한번도 들여다보질 못해서 미안하다는 안부와 함께

자신의 관할 농협 조합원들에게 공급해주고 남은 모종들을  제가 필요하면 갖다 주겠다는것 이었읍니다

오월이 되니까 제 주변엔 온통 오씨 이야기로 차가는것 같았읍니다

토마토,상추,오이,가지등의 모종을 퇴근길에 자신의 승용차에 싣고온 세일이의 얼굴에는 

연륜이 쌓여있는 안경테 넘어의 눈가에 1년 앞으로 다가온 퇴임에 대한 그림자가 깃들어 잇었읍니다 

"늦동이 아들 공부 시키느라 맘고생이 심하겠다 더군다나 카이스트에서 얼마전 불상사도 있었고 해서"라는

저의 우려섞인 위로에 세일이는 "내가 무슨 힘이 들겠어 공부하는 자식놈이 불쌍하지"라고 대답을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시절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인하공대 운동장 풀밭에서 함께 장난놀던 어린시절이

언제 어디로 우리에게서 없어졌는지 ,,,,,헤어져 돌아서는  그의 두 어깨를 바라보는 제 가슴에 만감이 교차 했읍니다   상추 잘 키워서 영흥도에 세일이 부부 불러서 회 하고  삼겹살 맛있게 싸줘야 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