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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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半島

지공선사

매루 2011. 4. 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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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지공선사님들에게

 

급변하는 서울에서 시간이 멈춘듯 예전 분위기 그대로인 동네.
 
인왕산 북한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대통령님집을 끼고 효자동 청운동 부암동을 지나
아름다운 풍경화같이 우아한 동네,
내노라하는 부자들이 모여산다는 구기동 평창동을 향하는 초록색 노선버스 안에서는
 
동네가 고풍창연해서인지, 왕년에 한 가닥 하시던 어르신들이 많이 사시는지.
노인들의 거침없는 호통이 잦으시다.
 
주로 노약자석이라고 표시된 좌석에 앉은 젊은이들 혼내기와
운전기사에게 좌석양보 하라는 방송 왜 안하느냐고 치시는 호통이다.
 
얼마 전
 
마침 딱 저녁 퇴근시간 무렵에 그 버스의 환승역인 서울역에서 텅텅 빈 버스를 타게 되어
이게 웬 횡재냐..하며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어 내가 좋아하는 앞 바퀴 위, 운전석 바로 뒤의 뒷자리이자.
노약자석 바로 앞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고,
느긋하게 기대 앉아 반수면 상태로 비몽사몽 ~~ 집으로 가는 중
              (#우리 집은  富村구기동 평창동 바로 옆의 안富村에 있음 )
버스가 효자동 근처를 지날 무렵
 
한 남자의 쇳소리 섞인 분기탱천 꾸지람 소리에 찔끔, 화들짝 잠이 깨어 자세를 가다듬고 ,
호통사태를 귀 기울여 들어보니,
 
이 어르신이 승차하시니 내 뒷좌석인 노약자석에 앉았던 중년의 여인이
그 분께 자리를 내어드리려고 일어섰는데
미처 상황파악을 못했던  한 아가씨가 그자리에 앉아버린.......나름 불경스러운 사건이 벌어진 것이였다.
 
"제가 짐이 너무 무거워요.."하며 울먹이며 일어서는 아가씨를 보니
무언가 몹시 무거운 짐보따리들을 주렁주렁 들고, 온 얼굴에는 일터에서의 피곤함이 잔뜩 서려있었다.
 
졸지에 혼 난 그 아가씨가 다음 정류장에서 쫒기듯 하차한 후에도
좌석에 앉지도 않으시고 떡 버티어 서 신채로 그 어르신의
'요지음 젊은 것들' 가정교육, 버르장머리;등등의 훈계식 황혼연설을 계속 되시니,
 
요지음 젊은 것들을 둘이나 키워낸 어미인 내 등이 간질 간질하고,
내 새끼, 내 딸이 봉변을 당한듯 무안하고  마음이 짜안하다.
 
용기를 내어 감히 그 어르신의 풍채를 엿보니, 우뚝 서 계신 자세가 위풍당당~~~ 그 자체인지라
거의 우리 또래로 밖에는 보이지 않으신다.
그러고는 몇 정거장 안 지나 내리신다.
 
극성 맞은 늙은이 ..........
늙었다고 유세 떠나?? 나이 많은 것이 자랑인가??
 
노약자석이 꼭 老에만 해당되나?
弱에도 해당 되는 것인데...............하는 고까운 생각이 들며
저렇게 극성 떨려면 한가할 때 다니지. 젊은이들 일터에서 오는 퇴근시간에 거동을 할게 뭐야?
 
바로 어제 한낮에
또 그 버스 그 자리(나의 애좌석)에 앉아 오는 중에
온 몸 치장, 화장이 몹시도 현란, 요란한 내 나이로 밖에는 안 보이는 한 할머니?가
승차 하자마자,
내 뒷 좌석에 앉아 있던  젊은 여인에게 "거기 노약자석인데?" 하며 앙칼을 떨자
그 젊은 여인이 즉각 대답하기를  
 "저 임산부예요"
 
(은근 통쾌하여 내 딸에게도 그리 대답하라고 일러 주었다.^^)
 
내 보기에는
우리나라 젊은애들 공부하랴. 일 하랴. 피곤에 지쳤을텐데도
전철이나 버스안에서 노인들만 보면 자동기계처럼 발딱 발딱 일어나 좌석 양보들을 해서
그 예의 바르고 반듯함이 기특하고 대견스럽기만 하던데.!!!!!!!
 
**********
 
옛적 중화사상의 건방진 중국인들이
자기나라를 중심으로 모조리 싸잡아 남만, 북적, 서융, 동이.....로 오랑캐로 일컬을때에
그나마 동이족은 오랑캐 치고는  예의가 바르다고 불러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별칭인데
 
그 동방예의지국의 예절이라는 것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만 있고 ,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예절은 내 눈에는 안 보이고,
 
나이 많은 것을 벼슬이나 훈장으로 내세워 뗑깡 부리는 듯하여
싸울때도 " 너 나이 몇살이야? "하며 상하를 먼저 가름하여 나이로 무조건 한 몫 보려고 든다.
 
**********
 
우리 모두 이제 지공선사 될 날이 머지 않았고,
낡음낡음한 우리의 외모를 보고
젊은이들이 스프링처럼 튕겨 일어나 좌석 양보 해 줄 날이 아주 코 앞에 닥쳐 왔으니,
 
우리만이라도  젊은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아래를 향한 예절을 지켜서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
막무가네식 버르장 머리 없는 늙은이는 되지 맙시다.!!!!!!!!!!  
 
***꼬랑지
해외동포 친구들이 모를까바 설명.
지공선사 - 지하철 공짜로 타고 경노석에 정좌하여 눈감고 참선하는 사람

국가공인노인으로 인정받아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만 65세 이상 년령의 노인들 일컫는 신조어

제가 매일 꼭 둘르는 육이오둥이(1950년생)고교동창생님들의

홈페이지에서 퍼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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