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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白露)

매루 2012. 9. 8. 06:51


 

 

처서(處暑)와 추분(秋分)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

백로(白露)는 양력 9월 9일 무렵으로 대개 음력 8월에 들며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이다.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황경 165도를 통과할 때이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기로 옛 중국 사람들은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특징을 말하였는데,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侯)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한다.
백로 무렵에는 장마가 걷힌 후여서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하지만 간혹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과 해일로 곡식의 피해를 겪기도 한다.

백로 다음에 오는 중추는 서리가 내리는 시기이다. 전남에서는 백로 전에 서리가 내리면 시절이 좋지 않다고 한다.

볏논의 나락은 늦어도 백로가 되기 전에 여물어야 한다.

벼는 늦어도 백로 전에 패어야 하는데 서리가 내리면 찬바람이 불어 벼의 수확량이 줄어든다.

백로가 지나서 여문 나락은 결실하기 어렵다.
제주도 속담에 “백로전미발(白露前未發)”이라고 해서 이때까지 패지 못한 벼는 더 이상 크지 못한다고 전한다.

또한 백로 전에 서리가 오면 농작물이 시들고 말라버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충남에서는 늦게 벼를 심었다면 백로 이전에 이삭이 패어야 그 벼를 먹을 수 있고,

백로가 지나도록 이삭이 패지 않으면 그 나락은 먹을 수 없다고 믿는다.

경남에서는 백로 전에 패는 벼는 잘 익고 그 후에 패는 것은 쭉정이가 된다고 알고 있으며,

 백로에 벼 이삭을 유심히 살펴서 그해 농사의 풍흉을 가늠하기도 한다.
농가에서는 백로 전후에 부는 바람을 유심히 관찰하여 풍흉을 점친다.

이때 바람이 불면 벼농사에 해가 많다고 여기며, 비록 나락이 여물지라도 색깔이 검게 된다고 한다.
백로는 대개 음력 8월 초순에 들지만 간혹 7월 말에 들기도 한다. 7월에 든 백로는 계절이 빨라 참외나 오이가 잘 된다고 한다.

한편 8월 백로에 비가 오면 대풍이라고 생각한다.

경남 섬지방에서는 “8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린다.”라는 말이 전하면서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생각한다.

또 백로 무렵이면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시작하고,

고된 여름농사를 다 짓고 추수할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므로 부녀자들은 근친을 가기도 한다.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여름, 열기가 영원히 식어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가을이 보였다. 언제 저리도
곱게 피어났을까? 고운 꽃을 피워낸 코스모스가 사랑스럽다.

가을을 손으로 만지며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길을 따라 걷는다. 마음이
가뿐해지고, 꽃길을 걷는 내 자신이 귀한 존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우쭐해진다. 지금껏 걸어온 길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믿음도 든다.

가을이 파 놓은 고독이란 우물가에서 물을 긷습니다. 두레박 없이도 그 맑은
물을 퍼 마시면 비로소 내가 보입니다. 지난 여름 내 욕심의 숲에 가려 아니
보였던 당신 모습도 하나 가득 출렁여 오는 우물, 날마다 새로이 나를 키우는
하늘빛 고독의 깊이를 나는 사랑합니다. 이해인님의 시가 떠오른다.

하늘거리고 있는 코스모스는 말하고 있다. 너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데 힘써라.
가치를 발견하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그 것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그 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코스모스의 속삭임이 귓가를 감미롭게 한다. 가득 차 있어서 몸과 마음을 무겁게 하던
욕심이 사라진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을 따라 걷고 싶다. 그 곳이 어디인지는 상관없다. 꽃을 따라 가면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무작정 걸어가노라면 분명 아름다운 곳이 나타날 것이란
예감이 든다.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노라면 정다운 사람도 만날 것만 같고, 이제는 먼 전설이
되어버린 친구 녀석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앞만 보고 걸어가고 싶다. 그윽한 꽃향기에
취하여 걸어가고 싶다.

 


ㅡ   강진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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