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섬진강 김동진님의 은어낚시 본문
<언제나 달려가 함께 섬진강에서 투망도 하고 은어낚시도 하고 막걸리 싸들고 할미꽃 진달래꽃핀 산으로 고사리 따러가고 싶은 내 젊은날 내 심성의 변화를 유도해 주었던 김동진님>
80년대 초반 제가 지리산을 끼고 흐르는 섬진강변에서 살때 제게 물고기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던 섬진강 내수면어업 1호 어부이자 만화가 허영만의 <식객>이란 만화에서 (마지막 참게잡이) 실제 주인공 이시기도 하며 각뱡송국 에서 방영한 섬진강 탐방프로에 최다 출연자 이시기도 합니다
은어는 제가살던 섬진강지역에는 穀雨절기에 보이기 시작 합니다 우수(雨水)절기인 요즈음에는 황어가 한창 입니다 해마다 봄이 오기만하면 섬진강과 김동진님이 그립고 신 이 납니다
수박내가 싸하게 돌아” 섬진강 물새’ 김동진의 은어잡이 ![]() 은어로 은어를 잡는다.
김동진씨가 미끼로 사용되는 ‘씨은어’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씨은어는 강물 돌틈 속에 사는 은어와 싸울 수 있어야 하기에
‘활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문철 기자
여름이 왔다. 은어잡이 철이다. 버들잎 필 무렵 올라온 은어가 한창 물올랐다. 강줄기 밑바닥, 굵직굵직하니 꼬리치고 있다. “강바닥 둘러보고 나서 고기를 잡으러 가든지 말든지 하제. 은어는 돌이끼를 먹고 살어. 돌을 찬찬히 들여다보믄 어느 바닥에 은어가 모여있는지 큰놈인지 작은놈인지 댐방에(금방) 알제. 밥 먹은 티가 쪼르륵 나 있거든.” 곡성 죽곡면 하한리, 섬진강 강가에 살며 고기잡이를 해온 어부 김동진(71)씨가 올해 첫 은어잡이 나간다. 고기를 어찌나 잘 잡던지, 동네 사람들한테는 ‘물새’로 통하는 김씨다. 김동진씨는 이미 고기잡이할 만한 장소를 정해놓고 있었다. 마을에서 조금 내려간 ‘유곡나루’ 강가였다. “옛날부터 우리 동네 앞바닥이 은어 천지였는디 올해는 아래쪽에서부터 시작해 볼라고. 그 바닥도 물살이 씨고 고기 많기로 유명한 곳이여. 살(어살)도 놓고 쑤기도 놓고 한 자리여.” 먹자리은어 놀리는 ‘씨은어’가 미끼 김씨가 어깨에 걸쳐 든 것은 기다란 낚싯대. 낚시로 은어를 잡는 것이다. 이른바 ‘놀림낚시’다. “은어는 돌에 낀 이끼만 먹고 산단게. 근게 미끼를 쓸라야 쓸 수가 없제.” 김씨가 챙겨 든 것은 수족관에서 꺼낸 은어. 은어잡이에 사용되는 미끼가 다름 아닌 은어다. 은어로 은어를 잡는 것. 이렇게 미끼로 사용되는 은어를 ‘씨은어’라 한다. 강물 돌틈 속에 사는 은어는 ‘먹자리 은어’라 한다. ‘먹자리’는 물고기의 먹이 영역을 말한다. “은어가 텃세를 부리는 거여. 큼지막한 바윗돌 하나를 자기 집이라고 꽉 잡고 그 돌에 낀 이끼가 다 자기 밥인디 딴 놈이 달라들믄 부애(성질)가 안 나겄어. 요 씨은어가 먹이 찾으러 돌틈으로 들어가믄 그 놈한테는 완전 불청객이제. 근게 쫓아내느라 콱 쌔려분 거여. 지들끼리 싸우다가 낚시에 걸려 불제.” 섬진강 유곡나루는 푸릇푸릇한 산세 아래 물줄기가 시원하다. 넓게 품을 벌렸던 물줄기가 흰 물거품을 내며 빠르게 굽이쳐 흘러 그 아래로는 넓고 깊은 둠벙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보성강과 섬진강이 만나는 압록에서부터 이곳 유곡나루까지는 강폭이 넓고 물흐름이 자유로워 다양한 방식의 고기잡이가 행해졌던 곳이다. 고기잡이 명당이었다. 물소리가 강가를 가득 울린다. 김씨는 가장 물살이 센 곳에 자리를 잡았다. 몸을 버티고 서 있기도 힘든 곳에 은어가 먹자리를 차지하고 산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나자마자 바다로 내려가 갖고 째깐할 적에 지 난 데로 돌아올라고 폭포도 넘고 온갖 물살 다 만나고 온디 이 정도는 야들한테 문제도 아니겄제. 천상 야들 습성인 것 같애. 물살이 있으믄 암만해도 먹이감도 더 깨끗허고 글지 않겄어”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 “씨은어만 잡으믄 담부터는 만사형통, 줄줄이 낚제” 씨은어를 끼운다. 놀림낚시는 씨은어의 활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먹자리은어가 사는 영역으로 들어가 제대로 ‘놀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씨은어의 코를 꿰고 배 아랫부분을 꿰 물에 띄워 본다. 유유히 헤엄치는지 보는 것이다. 씨은어 아래는 세 개의 바늘, ‘삼발 바늘’이 매달려 있다. 먹자리은어가 걸려들 바늘이다. “지금이사 우리집이 식당을 헌게 수족관에서 은어를 기양(그냥) 꺼내오지만 옛날에는 씨은어 잡기가 젤로 어려운 일이제. 씨은어만 잡으믄 담부터는 만사형통, 줄줄이 낚제.” 은어는 성질이 구차하지 않아 잡아 놓으면 금방 죽어 버린다. 다음 낚시에 쓸 씨은어를 보관해 둘 수 없었던 것. “홀치기라고, 다섯 코 여섯 코 정도 바늘을 드문드문 달어 갖고 바윗돌 봐가믄서 무조건 긁어보는 거여. 걸릴 때까정 긁어대믄 하나는 잡히제.” 그렇다고 강가 나갈 때마다 ‘홀치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함께 은어를 잡는 어부들 간에 오고가는 것이 있었다. “먼저 나와 갖고 홀치기 해 갖고 은어 잡아 노믄 한 마리 던져 주제. 고놈 갖고 낚어라고. 다음에 내가 먼저 잡으믄 ‘인자 빚 갚소’ 허고 던져주고. 주고받고 허는 거제.” ‘미안허게 빚을 많이 질 때’는 다음해 낚싯대를 하나 더 만들어 첫 출어할 때 건네주기도 했다. “지금은 사서 쓰지만 옛날에는 대나무를 비어 갖고 낚시를 했어. 겨울에 딴딴한 놈을 비어 갖고 놔 뒀다가 은어철 돌아오믄 불에다 돌려가믄서 꾸제(굽지). 글믄 진이 빠지믄서 가벼워져. 글고 나믄 굴곡을 잡아야 헌게 대를 감나무에 매달아 놓고 돌 큰놈을 낚싯대 끝에 달아놔. 글믄 꼿꼿하게 서. 그렇게 맹글어 갖고 ‘인자 빚 갚소’ 허고 줘.” ![]()
“물이끼를 묵은 것만 수박내가 나” 은어는 연어처럼 모천회귀하는 1년생 민물고기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대만에서만 볼 수 있는 동양의 특산어다. 버들잎이 시들기 시작하는 9월 모래톱에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알에서 부화된 새끼은어들은 강물이 차가워지는 겨울이 다가오면 바다로 내려가 플랑크톤을 먹고 살다가 강물과 바닷물 수온이 엇비슷해지는 4월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은어는 은빛으로 흐르는 몸통과 금빛 지느러미의 고운 자태에 ‘민물고기의 귀족’으로 불린다. 그러나 은어의 매력은 다른 고기가 지니지 못한 독특한 냄새에 있다. 비릿하지 않고 깨끗하다. “수박내가 싸하게 돌제. 이런 물고기는 없어. 은어 잡다가 손끝 냄새를 맡아 보믄 그렇게 좋아. 은어 냄새가 배 갖고 상큼하제.” 이런 냄새를 지닌 까닭에 날고기건 익힌 고기건 맛의 기품을 잃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향어(香魚). 영어로는 ‘향기를 갖고 있는 고기’라는 뜻으로 스위트피쉬(Sweet Fish)라 부른다. 그러면 은어에서 왜 그런 향긋한 수박내가 나는 것일까. “양식 은어는 냄새가 전혀 없어. 고기맛은 같아도 그런 수박내는 없제. 강에서 잡은 은어라야만 냄새가 있어. 내 경험으로 보믄 물이끼를 묵은 것만 수박내가 나.” 은어의 향이 가장 짙게 배어 나올 때는 크기가 18∼23㎝ 정도 자란 ‘댓잎은어’ 때다. “생으로 묵어도 수박내가 화한디, 냇가에서 꿔묵으믄 냄새가 지대로 나제. 불 펴 갖고 숯불 만들고 숯불 위로 재를 살짝 덮어 갖고 불 세기를 맞춰. 은어는 꼬쟁이 꽂아 갖고 땅바닥에 꽂아 놔. 그 위로 삿갓을 덮어 노믄 골고루 노릇노릇 익제. 한 볼태기 허믄 수박내허고 담백한 살허고 궁합이 찰떡이여.” 하루 날 잡아 동네사람들과 천렵 나가서 잡은 고기에 탁주 한 잔씩 걸쳤다. 구워낸 은어는 주리던 시절 요긴하게 쓰이기도 했다. “냉장고 없으니까 뀌어(꿰) 갖고 말려놨다가 애들 보리밥만 묵은게 똥이 비실비실한디 그럴 때믄 은어 내려 갖고 손으로 비벼서 가루내 갖고 죽을 써 주믄 속아픈 것이 괜찮아지고 했어.” ![]() “은어가 올라오들 않애…. 천하장사라도 못 올라오게 생겼어…” “전에는 하루에 120마리, 130마리 잡았다믄 믿겄는가. 실지로 그리 잡았는디 믿는 사람이 없어. 은어가 올라오들 않은게.” 은어는 1급수를 유지하는 강이라면 어디서든 떼지어 사는 흔한 물고기였다. 아직까지 은어가 잡히고 참게가 잡히는 섬진강이라지만 예전의 푸르고 맑은 강물이 아니다. 수년 동안 골재 채취로 강은 몸살을 앓았고 섬진강댐 주암댐이 생기며 수량이 줄어 생태가 위태위태하다. 섬진강은 다 죽어가고 있는데 섬진강댐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섬진강댐을 트던지 이름을 바꾸던지 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몇 년 전부터 골재 채취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자연환경과 함께 은어가 섬진강을 찾지 못하는 데는 ‘물막이 보’가 있다. “구례구역 앞에 뚝이 생기믄서 은어 수가 팍 줄어 불었어. 농업용수도 아닌 모래 채취할라고, 모래 쌓이라고 맹근 거여. 어도를 만들어 놨다고 가 본게 굴다리 식으로 통 하나로 맨들어 놨더라고. 물이 그짝으로 싹 내려간디 천하장사라도 못 올라오게 생겼어. 계단식으로 만들어 줘야 한디 암 생각도 없이 공사했다는 시늉만 한 거여.” 익산국토관리청은 올해 9월 이 물막이 보에 새로운 어도를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섬진강 물막이 보는 350개, 어도가 설치된 곳은 49개에 불과하다.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은어의 수가 줄어들며 섬진강 맑은 물에 맘껏 헤엄치던 쏘가리 숭어 징검살이 눈치 참게가 줄어들며 쑤기, 살, 장대 등을 이용한 고기잡이도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어릴 적 고기잡았던 얘기 하믄 밤새고 허잖애. 고기잡이가 그렇게 재미진 것인디…. 그런 얘기 험서 살아야 재미진 거여. 냇가상에는 시원한 물 콸콸 쏟아지고 물이끼는 푸릇푸릇허고 은어는 원없이 올라오고 그래야 살맛도 나는 것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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