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반성문 5장, 5일 정학 본문
" I've Got Dreams To Remember " (Delbert McClinton) 04:32
제가 고등학교 2학년에 진급되어 새학기가 시작된지 불과 몇일후 (1971,03,08)은 프로복싱 세계 헤비급 타이틀매치가 열리는날 이었읍니다
병역문제로 챔피온자리를 박탈당한후 다시 링에 복귀하여 승승장구 해오던 불세출의 권투선수 떠벌이 클레이(무하마드 알리)가
현 챔피온인 탱크 죠 프레이저 선수와 타이틀매치를 갖는 날 이어서 세간의 관심은 물론 이려니와
스포츠를 즐기고 관심이 많았던 저 또한 설레이고 경기결과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 였읍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흑백 TV시절 이었고 그나마 현지 생중계방송은 어림없는 현실 이었기에 라디오중계에 의존하여 소식을 들을수밖에 없었읍니다
그날 오전 4시간의 수업시간 내내 이들의 경기결과가 궁금하여 안절부절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교문앞 분식집으로 달려 나갔읍니다
경기결과를 알고 싶어서 뛰어 들어간 분식집에는 인근학교 생활지도교사가 저보다 먼저 그곳에 도착해있는 다른학생들의 명찰을 한움큼 쥐고 있었읍니다
그 지도교사는 아무말 없이 다짜고짜 주먹으로 저의 머리를 쥐어박더니 제가슴에 붙어있는 명찰을 뜯기 시작 하였읍니다
"당신이 뭔데 때리고 명찰을 함부로 뜯냐"며 그의 팔을 뿌리치며 저는 거세게 항의를 하였지만 결국은 명찰을 뜯겨 빼앗기고 말았읍니다
그리고 그날의 모든수업이 끝난후 여닐곱명의 저와같은 처지의 다른학생들과 교무실에 불려갔고 교무실바닥에 무릎을 꿇려 앉았읍니다
그런데 다른 학생들은 엎드려뻗힌 자세로 엉덩이에 몽둥이 세례를 받은후 훈방(?)조치 되었지만
저에게는 반성문 5장 제출과 부모님을 학교에 모시고 온후에 정학5일조치가 내릴것 이라고 하였읍니다
명찰이 뜯긴 자리에 남아있는 허연 실밥을 보신 어머니께는 2학년 진학후 새로 편성된 반에서 새로만난 친구와 사소한 싸움을 하다가 그랬을뿐
별거 아니라고 변명을 하고 넘어갔지만 다시 명찰을 달아 줄테니까 명찰을 내놓으라는 어머니에게 사태의 전말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읍니다
저의 이야기를 들으신 어머니 께서는 "네가 학교에 안가고 집에 있으면 아버지께서 가만히 안 게실 테니까 학교에 가는것처럼하고
부평의 이모님댁에 가 있으라"고 말씀을 하시며 학교 문제는 당신께서 부닥쳐 보겠노라고 하시며 저를 안심 시켜 주셨읍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극형을 저지른 범죄자를 체포할때에도 미란다원칙을 범죄자에게 설명을 해주어야하며
체포이유를 말하고 자신을 방어할 변호의 기회가 당연히 주어지고 객관적인 심판(재판)이 보장되어있는 사회가 되어 있읍니다
그리고 많은이들이 관심을 갖는 행사나 경기(월드컵등)가 있으면 수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중계방송을 함께 보여주는 시대로 변해있읍니다
40년전 죠프레이저 선수의 경기결과가 궁금했었던 저는 학교울타리를 담치기하여 분식집 또는 만화가게에서 담배나 피우는 불량학생 에다가
교사에게 대드는 극히 질이 나쁜학생으로 낙인이 찍힐뻔 했었읍니다
엊그제 그 죠 프레이저 선수가 간암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세상을 하직 하였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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