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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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섬친구들 1

인실이 이야기

매루 2016. 3. 23. 05:46

 

 

 

 

 

 

 

지난 일요일 이른아침에 저의 휴대폰 벨이 울렸읍니다

반갑기는 커녕 짜증을 돋우는 각종전화들이 많아서 전화를 가려받기 위하여 가족과 친구 외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수신 벨소리를 지정해놓고 있었기 때문에 벨소리는 친구가 전화했음을 알려 주었읍니다

옥수의 이름이 찍혀 있었읍니다

"아녀자가 이른아침에 외간남자에게 어인일로 전화를 하셨나이까?"

"오빠 오늘 다른약속 잡힐까봐 일찍 전화했는데 약속 없으면 만날까?"

"지금 옥상에서 일하고 있는중 이니까 아줌마가 우리집으로 오시면 안될까요?"

옥수가 저를 만나자고한 용건은 인실이의 일 때문 이었읍니다

옥수와 인실이는 저한테 항상 놀림을 받는 공부못하는 아줌마들 정예멤버 입니다

둘은 인화여고 동창생 사이니까 초등학교까지 합치면 12년 동창인 사이 이지요

제가 공부못하는 아줌마들 이라고 놀리면

학교 다닐때  공부할수 있게끔 가만히 놔두질 않았던 남학생들 때문 이라며 핑계를 댑니다

말같지도 않은 핑계인줄을 알면서도 저도 그 남학생들중의 한사람 이였기 때문에 할말이 없읍니다

 

 

 

저희 쌍동이 딸들이 갓 돐이 지날 무렵에 저는 예기치 못했던 실업자 신세가 되었읍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당시 용현동 파출소의 방범대장 이었던  명환이 형이 제게 찾아왔읍니다

요즈음 학생들 데모진압 때문에 동네치안은 방범대원들이 도맡다싶이 하고 있는데

저에게 방범대원이 되어서 도와 달라고 하시기에 쌍동이딸들의 분유값이라도 보탤 요량으로

생각치도 못했던 방범대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제처와쌍동이 딸들과 함께 파출소 부근의

삯월세 방으로 이사를 하였읍니다

당시 방범대원 한달봉급이 16만원 이었는데 삯월세 6만원을 떼내는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쌍동이딸 작은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제처는 담배가게가 딸린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시작 하였읍니다

그당시에는 매주 화요일 오전에 전매청의 담배 수송차가 담배를 배달을 왔기때문에

1주일치 판매분의 담뱃값을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했는데 어느날 담뱃값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길건너 식당 아저씨를 찾아가서 모자라는 담뱃값을 융통해 주십사하고 부탁을 했었읍니다

돋보기 안경 너머로 저를 쳐다 보시며 아저씨 께서는 "젊은 사람들이 고생이 많을텐데,,,"하시며

쾌히 제가 요구한 금액의 돈을 빌려 주셨고

그이후로 마치 친자식며느리나 되는양 저희 부부에게 물심양면 많은 도움을 주셨읍니다 

그식당에는  아저씨의 딸이 카운터를 맡고 있었는데

대단한 미인 이어서 제생각에는 그녀때문에 오는 손님도 무척 많을것 같은 생각이 들곤 했는데

제가 그녀의 부모님을 따르듯이 그녀도 제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읍니다

당시 파출소에 상주해있던 전경들이 저에게 그녀를 소개 시켜주기를 부탁할정도 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제가 전라도 지리산의 섬진강변으로 이사를 가게되면서 그이후로 소식이 끊어졌었고

5년전 동해안 영덕의 강구항에서 대게식당을 운영하던 인실 이라는 동창생이 저희 식당엘 찾아 왔읍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인실이는 제가 방범대원을 할때 저희부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식당 아저씨의 시집간 큰딸 이었읍니다

반가움에  그녀의 부모님소식과 안부를 물었읍니다 아저씨는 몇년전에 돌아 가셨고

어머니는 당시 식당에 있던 딸 그러니까 인실이의 동생과 함께 게신다고 하였읍니다 

그렇게 저와 인실이의 만남은 시작 되었읍니다 

이따금씩 술이 과한 남자친구들이 인실이에게 집적 거릴때마다 제가 야단을 치고

모임때 항상 옛이야기 주고받느라 편안한 미소를 짓고있는 그녀와 저의 모습을 가지고

처음에는 친구들이 이상한 오해를 하기도 했지만 저와 인실이 부모님과의 사연을 알고난 후부터는

모두 이해를 해주고 있읍니다  

아주 오래전에 신랑과 헤어진후 딸아이와 함께 살고있는 인실이는 노래를 매우 잘 부릅니디

 그녀가 웬만한 가수보다 훨씬 노래를 잘 부른다는데에 이의를 다는 사람을 저는 한번도 보질 못했읍니다

 

 

인실이는 강구에서 대게식당을 하면서 비수기에는 청송의 주왕산 등지로 등산을 다니다가

약초에 관심을 갖게되고 산삼을 발견하기도한 전문 약초꾼이 되고 말았읍니다

약초 때문에 그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그녀는 아예 송림시장의 대헌고등학교 쪽 상가에

점포를 임대한후 건강원을 열려고 합니다

인실이는 점포의 실내장식 이라던가 허가문제등을 가지고 고민을 하던중

저를 생각 해냈는데 막상 도움을 청하기가 쑥스럽다며 옥수에게 다리 놓아주기를 청했고

그때문에 옥수는 일요일 이른아침에 제게 전화를 햇던것 이었읍니다

"나한테 직접 아야기해도 될걸 굳이 옥수한테 이야기 했냐? 너희 부모님들 봐서라도

 내가 너의 어려운일 도울수 있는데까지 도와야함이 옳은데"고하자

도와주리라 믿고는 있었지만 확실히 하기위해 옥수를 앞세운것 이었답니다 

그런 꾀 같지도않은 꾀를 내는 아줌마나  나서서 주선을 하는 아줌마나 ,,,,

공부못하는 아줌마들의 순진(?)함이 저를 웃게 만들었읍니다

 

이제부터라도 인실이의 하는일이 모두 순조로워져서 안정을 찾으면 뚱삼트리오에서도 탈퇴하고

얼굴에 드리워있는 그늘도 걷어내어 아리따운 아줌마로 되돌아 갔으면 좋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