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건 그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이 되는 말이 있다.
우리는 그런 말을 표준어라고 한다. 우리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말을 북에서는 문화어라 한다.
북에서 보면 표준어가 방언(사투리)이고 표준어의 기준에서 보면 문화어가 방언이다.
표준어를 쓰지 않고 방언을 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공적인 자리나 공식적인 문서에는 표준어를 써야 한다.
다만 사적인 자리나 친교를 나누는 자리에서는 방언을 써도 잘못된 일은 아니다.
사투리는 나름대로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문화어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한자어나 외래어보다는 고유어나 토박이말을 살려서 문화어를 정했다.
우리가 아이스크림이라고 부르는 것을 북에서는 ‘얼음보숭이’라고 하는 등 가능한 한 우리의 고유한 말을 살려서 문화어로 삼았다.
이는 북이 어느 나라의 간섭도 받기를 거부하는 주체사상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외래어보다는 우리말을 써야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와 정서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경기에서 우리가 골키퍼라고 부르는 것을 문화어에서 ‘문지기’라고 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문화어에는 북의 사회상이 반영되어 있다. 우리가 쓰지 않는 ‘동무’라는 말은 사회주의 사상의 동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북에서 ‘동지’는 높임말, ‘동무’는 예사말이다. 특별히 격식을 지킬 사람에게는 ‘선생’이라 하고. ‘아바이’는 어르신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연세 많으신 어르신에게 ‘아바이’라 부르면 결례이지만 북에서는 결례가 아니다.
관용적인 표현에도 다른 점이 발견된다.
우리는 ‘머리를 감는다’라고 하지만 북에서는 ‘머리를 빤다’고 한다. 북에서 머리를 ‘감는다’고 하면 파마를 한다는 뜻이다.
‘일 없습니다’도 우리와 쓰임이 다르다. 북에서 ‘일 없습니다’는 괜찮습니다‘의 뜻으로 쓰인다.
표준어에는 말의 첫소리에 ‘ㄹ’과 ‘냐, 녀, 뇨, 뉴, 니’가 올 수 없다. 이를 두음법칙이라 한다.
문화어에는 이런 두음법칙이 없다. 우리가 ‘노동’, ‘이순신’, ‘여자’라고 쓰는 것을 북에서는 ‘로동’, ‘리순신’, ‘녀자‘라고 쓴다.
사물을 가리키는 말도 다른 것이 많다.
우리가 ‘거위’라고 부르는 것을 문화어에서는 ‘게사니’라 한다.
우리가 ‘거위를 많이 사육합시다.’라고 하는 것을 그들은 ‘게사니 떼 우글거리게 합시다.’라고 한다.
4. 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과 북은 교류와 협력의 시대로 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북측 동포와 만나는 일도 전보다 잦아질 것이다.
북맹(北盲)인 채로 북측 사람을 만나면 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전철을 타고 가다가 북에서 온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면 ‘일 없습니다’라는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그때 무례하다고 마음 상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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