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굴러온돌의 횡포 본문
2011년 4월에 저는 이곳(약 1500평)에 하수오를 심고 인천에서 출퇴근을 하며 농사를 짓다가
2013년 봄에 저희부부는 이밭의 옆에있는 건물로 이사를 들어와서 민박을 겸한 식당을 운영 하였읍니다
식당을 하다보니 이밭의 한켠에 식재료료서의 푸성귀들을 직접 기르기 시작을 하였고
하수오를 수확한후의 밭이 혼자서 농사를 짓기엔 너무 넓은밭 이어서
밭의 절반은 자라고있던 하수오밭으로 놔두고
절반의 밭에는 여러가지 농작물들을 심고 가꾸었읍니다
농사를 짓다보니 저희밭에서 저지르는 고라니들의 성화는 저의 자비로움과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게 만들었읍니다
제가 농사를 짓고있는 밭은 원래 고라니들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의 터전 이었기에
처음에는 저의밭에 고라니의 드나듬과 농사훼방에 대하여 피해의식이나 섭섭함을 가지지 않았었읍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피해정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을 하였읍니다
고라니 (퇴치 보다는 얼씬거림을 막고저)에 대한 자문을 구해보다가 저는 진돗개를 키우기로 하였읍니다
그렇게 저의 식구가된 "참이"라는 이름의 진돗개가 밭을 지키고 짓는것으로 고라니 걱정은 끝이라고 생각을 했읍니다
그런데 어린 강아지였던 참이가 성견이 되면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 하였읍니다
고라니의 접근만 막으면 될일을 참이는 고라니를 끝까지 추격을 하였고
참이에게 물리고 당하는 고라니를 구해줘야하는 험악한일이 자꾸 생기기 시작 하였읍니다
3년여전부터 저는 영흥도의 김양식장에서 폐그물을 구입한후 그것으로 저희밭에 울타리를 쳤읍니다
고라니가 저희밭에 드나드는것을 막기위함 이기도 했지만
저희밭 안에서 살육이 일어나는것이 싫었기 때문 이었읍니다
몇일전 아침에 고라니의 비명소리가 들리기에 쫓아가 보았더니
고라니 한마리가 그물에 걸린채로 참이에게 당하고 있었읍니다
흥분한 참이를 제지를 한후 제집에 들여 보냈읍니다
이녀석의 비명소리도 그러했지만
지줏대로 사용한 비교적 굵은 철근이 휘어져있는것만 보아도
참이에게 쫓기고 당하면서 느꼈을 고라니의 공포와 고통이 짐작이 됩니다
'바깥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 오래전부터 있던 사람을 내몰거나 해치려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굴러들어온돌이 박힌돌을 빼낸다는 옛말이 생각 납니다
원래 이밭주변의 산과 들 그리고 물가가 이녀석틀의 터전 이었을진데
그저 미안하고 불쌍 합니다
가위로 그물을 잘라내어 자유롭게 해주었지만
녀석은 이내 정신을 못차리고 약 1분동안 꼼짝않고 있다가 정신이 들던지, 잽싸게 산속으로 달려갔읍니다
이따금 저희밭에는 하수오를 탐하는 사람들이 산쪽에서 접근을 한후 그물을 들치고 밭에 들어오곤 합니다
남의밭에 몰래 들어왔으면 나갈때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하는데
이사람들이 나가면서 들쳤던 그물을 내려놓질 않고 그냥 가버린 바람에
고라니들이 그곳을 통하여 저희밭에 들어왔다가 참이에게 당하는것 입니다
시거던 떫지나 말라던 옛사람들의 말씀이 생각나게 만듭니다
고라니에게 월세를 주세요
이범희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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