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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半島

어제는 한글날 (조지훈 시인의 승무)

매루 2011. 10. 10. 17:58

 

 

 
 승무(僧舞) - 명상음악

 

 

 


 

 

승무(僧舞)

 

                                                                                                                 조 지 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밤사 귀뚜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작품감상

 

이 작품은 조지훈의 초기 시 가운데 대표작의 하나이자, 많은 사람이 애송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온갖 애욕과 갈등, 번뇌를 종교적으로 승화시키려는 눈물겨운 몸부림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춤뿐만 아니라 춤추는 여승의 내면과 그 고뇌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무슨 번민과 갈등이 그렇게 많아 저렇게 젊고 고운 여인이 속세를 등지고 중이 되었단 말인가? 화자는 여승의 춤을 단순히 춤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번민과 고뇌를 극복하고, 진리에 도달하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봅니다.  그래서 그 춤은 춤추는 여승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다가옵니다.

지상의 번뇌를 천상의 별로 승화시키기 위한 대비(對比), 잘 다듬어진 전아(典雅)한 시어, 그윽한 분위기 묘사 등은 이 시의 격을 높여 주기에 충분하고. 또 춤의 완급과 변화에 따라 리듬에 변화를 주고, 우리말만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형용사와 부드러운 어미를 활용하여 음악성과 회화성을 효과적으로 살리고 있습니다. ‘하이얀’, ‘나빌레라’, ‘파르라니’등의 어휘는 외국어로 번역한다면 그 참맛을 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문학이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장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승무(僧舞)를 추는 행위’의 의미는 온갖 세속적 번뇌를 초월하여 자기 정화에 이르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의 표현이 잘드러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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