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운문사 은행나무 본문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호거산에 있는 사찰인 운문사는 꽤 큰 사찰이지만
사찰내 대부분의 공간이 금남의 비구니 수행공간으로 개방된 곳은 많지 않습니다.
특별하게 일년에 한번(보통 11월 첫주말에 3시간씩 두차례) 이 수행공간을 개방하는데
이때에는 수행공간 안에 있는 400년 된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이 들 때이고
누구나 들어가서 은행나무 감상을 할 수 있게하기 위함 이라고 합니다
운문사 뒤뜰 은행나무
문태준(시인)
비구니 스님들 사는 청도 운문사 뒤뜰 천 년은 살았을 법한 은행나무 있더라
그늘이 내려앉을 그늘자리에 노란 은행잎들이 쌓이고 있더라
은행잎들이 지극히 느리게 느리게 내려 제 몸 그늘에 쌓이고 있더라
오직 한 움직임
나무는 잎들을 내려놓고 있더라
흘러내린다는 것은 저런 것이더라 흘러내려도 저리 고와서
나무가 황금사원 같더라 나무 아래가 황금연못 같더라
황금빛 잉어 비늘이 물속으로 떨어져 바닥에 쌓이고 있더라
이 세상 떠날 때 저렇게 숨결이 빠져나갔으면 싶더라
바람 타지 않고 죽어도 뒤가 순결하게 제 몸 안에 다 부려놓고 가고 싶더라
내 죽을 때 눈 먼저 감고 몸이 무너지는 소릴 다 듣다 가고 싶더라
A comme amour(가을의 속삭임) - Richard Clayder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