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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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상추

매루 2018. 10. 28. 03:44





동창모임이나 오랜 벗들 그리고 가깝게 지내온 이웃들을 만나다보면

 그들 에게서 건강 이야기를 넘어서 여기저기 아프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습니다

그러한 그들에게 저는 우스개소리(?)로  분위기를 가볍게 만듭니다

"중국음식점 왕서방 앞에서 밀가루 반죽 만드는소리를 하고있네.."라던가

"말기암 환자(저를 지칭하는 말 입니다) 앞에서 엄살들은....." 이라고요

그리고는 "나이 60이 넘은지가 언젠데,,,, 아픈게 정상 입니다"라며 그들의 입을 막아 버린후

"집 옥상이던 주말농장이던 한뼘 이라도 좋으니 땅에다가 농사를 짓다보면 아픈데가 많이 나을겁니다"라는

처방까지 내려 주지요




겨울로 접어드는 상강절기 무렵 인데도 저희 밭 한곳에는 대파와 상추 그리고 쑥갓이 푸르름을 뽐내고 있읍니다


숯불구이 삼겹살을 좋아하는 저는 이른봄에는 달래를,

봄에는 산마늘(명이나물)이나 곰취를 삼겹살과 함께 먹으며 상추는 남들에게 양보(?)를 하지만

늦가을 무렵이면  상추만큼  맛있는 쌈채소는 없다고 여깁니다 



저희집에 찾아오는 손님들도 저희집에 오면 우선은 밭으로 달려 갑니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시중에 판매되고있는 채소들은 비닐하우스안에서 자랐거나  화학비료와 농약을 이용 했고

무엇보다도 맛과 냄새 그리고 씹히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것을 알고 있기때문 이겠지요



힘이 더들고 귀챦아도 나름대로 퇴비나 쇠똥으로 거름을 하고 농약 뿌리기를 자제하다보니

이밭에서 나는 채소들 때문에라도 찾아오는 벗이나 이웃들이 많아 외롭질 않습니다





찾아오는이들이 많다보니 외롭질않고

계절에 맞추느라 농사일에 쫓기다(?)보니 아플시간이 없다는 저의 이야기를

농사를 짓는이들은 대부분 공감을 합니다







주말텃밭이 주는 조그만 행복

<김종국 ㈜미소테크 농업기술전문위원>

 2018.03.28


지난겨울은 유별나게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래선지 불어오는 봄바람 속에서 싱그러운 연둣빛 냄새가 더욱 진하게 풍기며 몸과 마음을 들썩이게 한다.

오늘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주말텃밭에 가는 날이다. 

벌써 3년째 참여하고 있다. 면적은 40㎡이고, 집에서 텃밭까지는 26㎏나 된다. 

거리는 조금 멀지만 싱그러움이 있는 주말아침의 드라이브가 결코 싫지만은 않다.

아직도 창밖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아내는 일어나 부엌에서 달그락 거린다. 

새참으로 먹을 반찬거리와 과일 등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오늘 텃밭에 가면 추위를 이겨내고 뽀송해진 흙과 작년 늦가을에 씨앗을 뿌렸던 시금치를 수확하고,

 마늘·양파는 건강하게 자라는지 문안인사를 드려야겠다. 

그리고 작물이 없는 빈 공터에 석회와 퇴비를 뿌리고 흙과 섞어 놓아 다음 주말에는 상추를 심고, 열무는 씨앗을 뿌릴 것이다. 

햇볕 드는 시간이 좀 길어지면 가지·고추도 건실한 모를 사서 심어야겠다.


친구들은 주말텃밭으로는 거리가 너무 멀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흙을 매만지고, 직접 상추나 고추를 기르고 수확하는 단조로운 일상을 겪으며 마음을 비워내는 경험을 하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직접 기른 채소를 식탁에 올리는 행복과, 환경을 지키는 도시농부로써의 뿌듯함이 담겨 있다.

 나는 열무김치를 무척 좋아한다. 야들야들하게 자란 어린열무를 솎아서 물김치를 만들면 시원하고 아삭한 것이 제일이다. 

시장에서 사서 먹는 열무도 어차피 어딘가 시골농부가 지은 것이겠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심어서 수확한 열무에서는 좀 더 깊은 맛이 느껴진다. 


가끔 시골에 가면 어르신들은 “농사는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가꿔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적은면적이지만 텃밭농사를 경험하면서 정말로 그런 기분이 든다. 

혹시 병해충에 걸리면 어쩌나, 날씨가 변덕스러우면 잘 자라지 못하지 하고 걱정이 앞선다. 

주말텃밭을 처음 시작할 때는 주로 내가 텃밭을 돌보고 아내는 거들어 주는 입장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텃밭으로 달려가는 나를 보고 아내는 “뭘 그렇게까지”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내가 더 정성을 드린다. 

지난여름 강풍이 몰아칠 때는 다른 어느 해보다 풍성하게 열매를 매단 고추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그

만큼 자라는 생명들이 사랑스럽고, 자연의 소중함을 터득해서 일거다.

이런 주말텃밭이 내게 가져다준 또 하나의 행복은 마음 따뜻한 이웃과의 만남이다. 

꼭꼭 문을 걸어 잠그고 사는 도시는 공동체란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주말텃밭 참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간과 함께 마음이 비워지고, 

무엇이 스스로를 괴롭혔는지 이해하고 치유되는 시간도 겪는다. 

땅을 고르고 물을 주다보면 육체적인 노동의 즐거움을 느끼며 

자연 속에서 생명체와 교감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느껴선지 두세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또 하루하루 변화하는 생명의 성장을 관찰하며 결과가 아닌 과정의 중요성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행복을 쌓아간다.

직접 내손으로 정성 드려 기른 생산물을 이웃과 나눔으로써 느끼는 행복은 여유로움 그 자체다. 

주말텃밭에 참여하지 않고 도시민으로 살아갈 때는 쉴 때도 바쁘게 쉬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주말텃밭을 하면서는 훨씬 더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아닐까 싶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있고, 

각 계절이 주는 특별한 소리와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조그만 행복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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