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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즉

동요 과꽃, 권길상

매루 2017. 9. 1. 08:51




꽃을 좋아 하셨고 잘 키우셨던 제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적부터 집마당 꽃밭에서 피고지는 꽃들을 보면서 계절을 느꼈던 저 입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부터 피기 시작하던 과꽃이 가장 아름다울때는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백로 절기(9월 9일 전후)에 아침이슬이 꽃송이에 맺혀있을때 입니다



초가을 이른아침 마당옆 텃밭에서 분주하시던 아버지의 모습과

이슬이 초롱초롱 맺혀있던 굴뚝과 처마사이에 있던 거미줄과

이슬에 젖어있는 과꽃 이파리위에서 늦잠을 자던 고추잠자리의 모습과

풍금을 년주 하시며 우리들에게 과꽃노래를 가르쳐 주셨던 초등학교 3학년때 여자담임선생님께서 들려 주셨던

과꽃노래 2절의 시집간 누나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워했었던 저의 어린시절이 생각이나는 9월의 첫날 입니다





양동마을의 꽈꽃

사진출처 다음카페 대한민국 종자 나눔회







                                                   


 

               

과꽃 닮은 누나...... 보고 싶은 우리 누나


  이 詩의 핵심은 첫머리에 나오는 ‘올해도’라는 구절이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다’는 것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또 그 전해에도 과꽃이 피고 짐이 한결같았다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그것은 자연의 순환과 생성의 법칙을 함축하고 있다.

꽃의 피고 짐은 변함없다. 때가 되면 꽃은 피고 진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란 꽃과 다르다. 이 詩의 2연에 나오는 ‘누나’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올해도’ 과꽃은 피는데 시집간 지 온 삼년이 된 누나의 소식은 알 수가 없다.

이 누나와 관련하여 확실한 것은 다만 그녀가 과꽃을 좋아했다는 사실뿐이다.

그래서 누나는 과거형으로 추억될 수밖에 없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고’ 그 꽃이 피면 꽃밭에서 ‘살았었다.’

 이 詩에 나오는 ‘좋아했지요’와 ‘살았죠’가 가슴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사실 이 ‘소슬한 슬픔’은 우리 詩의 기본 정조이기도 하다.

우리 詩는 이런 누나들을 꽤 많이 알고 있다.

김소월의 詩 <엄마야 누나야>를 위시하여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에 이르기까지

 우리 詩가 노래하는 누나들은 주로 장미보다는 갈잎이나 국화, 과꽃 등과 같은

소박하고 평범한 심상들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생의 조락(凋落)은 언제나 ‘누나’들의 몫이다. 그녀들이 “가을이면 더 생각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파란 마음 하얀 마음>, <꽃밭에서> 등 주옥같은 동시들을 많이 만들어낸 어효선은

1925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2004년 고인이 될 때까지 서울을 벗어나지 않고 살았다.

 50년 전 서울을 회상하는「내가 자란 서울」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동시대 다른 시인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자연을 노래하는 농경민적 상상력을 선보일 때

그는 여염집 화단에 앞다투어 피어나는 화초들을 기리거나 도시의 일상풍경을 산뜻하게 재연해내는 데 주력했다.

 

 “뒷골목 한약국은/내가 어디 아프면,/할아버지가 데리고 가시는 집.”(<한약국 할아버지>)이나

“창이랑 징이랑/좌악 벌여 놓고./학교 길에 앉았는/신기료 장수.”(<신기료 장수>)라는 대목은

도시의 뒷골목을 뛰어다니는 소년들의 감수성이 아니라면 포착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어효선에 와서 우리 동시는 드디어 도시 소년들의 삶을 노래할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과꽃>의 소년 역시 낯설지 않다.

그는 오늘날 도시인들의 잃어버린 유년이자 과거다.

우리에겐 여전히 ‘꽃밭’이 필요하다.


신수정(문학평론가)

    





동요의 산 역사 권길상-1


 


동요의 산 역사 권길상-2


동요의 산 역사 권길상-3


동요의 산 역사 권길상-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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