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붉은 얼굴로 국수를 말다 : 신용목 본문

교과서 속 우리 이웃작가들

붉은 얼굴로 국수를 말다 : 신용목

매루 2017. 5. 6. 14:37












붉은 얼굴로 국수를 말다


물이 신고 가는 물의 신발과 물위에 찍힌 물의 발자국,
물에 업힌 물과 물에 안긴 물
물의 바닥인 붉은 포장과 물의 바깥인 포장 아래서

국수를 만다

허기가 허연 김의 몸을 입고 피어오르는 사발 속에는
빗물의 흰머리인 국숫발,
젓가락마다 어떤 노동이 매달리는가

이국의 노동자들이 붉은 얼굴로 지구 저편을 기다리는,
궁동의 버스종점

비가 내린다,
목숨의 감옥에서 그리움이 긁어내리는 허공의 손톱자국!
비가 고인다,

궁동의 버스종점
이국의 노동자들이 붉은 얼굴로 지구 이편을 말아먹는,

추억이 허연 면의 가닥으로 감겨오르는 사발 속에는
마음의 흰머리인 빗발들,
젓가락마다 누구의 이름이 건져지는가

국수를 만다

얼굴에 떠오르는 얼굴의 잔상과 얼굴에 남은 얼굴의
그림자, 얼굴에 잠긴 얼굴과 얼굴에 겹쳐지는 얼굴들
얼굴의 바닥인 마음과 얼굴의 바깥인 기억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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