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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실홍실 : 라나에로스포

매루 2016. 10. 17. 23:07







낭만과 꿈이 사라진 시대의 청량제 〈청실홍실〉



한국인의 드라마 사랑은 기독교 방송인 CBS의 편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널리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1954년 12월 15일 개국한 CBS는 이듬해부터 라디오드라마를 본격적으로 방영했다.

최초의 상업방송으로 후발 주자였던 CBS는 국영방송 KBS를 겨냥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는데, 그 중심에 드라마가 있었다.

 1955년 1월 19일엔 'CBS 방송 드라마 연구회'를 설치했으며, 이후엔 차츰차츰 드라마 비중을 늘려나갔다.

CBS에 자극을 받았던 것일까? KBS는 1956년 12월 22일 회심의 반격을 가했다.

1950년대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청실홍실〉이었다. 〈청실홍실〉은 방영 초부터 여성과 가정주부 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주간 연속극으로 매주 일요일 밤 9시 15분부터 30분간 방송되었는데, 일주일을 기다리는 게 힘들다는 전화가 쏟아졌다.

 인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한국 최초로 삼각관계를 다룬 멜로드라마였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겠다.

〈청실홍실〉은 환경과 성격이 판이한 전쟁미망인과 거침없이 발랄한 처녀가 한 남성을 두고 벌이는 사랑과 갈등을 그려 나갔는데,

이는 기존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지금이야 남녀 관계가 꼬일 대로 꼬인 멜로드라마도 흔하지만 당시에는 파격적인 소재였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된 〈청실홍실〉의 영화 포스터           


                                                                 

여성들이 선호하는 '슬픈 사랑' 이야기를 전후 비극적인 시대 상황과 매끄럽게 연결시켜 녹여냈다는 점도 인기의 원동력이었다.

미망인은 〈청실홍실〉의 비극성을 말해주는 아이콘이다.

상이군인, 고아와 함께 한국전쟁의 참상과 전후 한국 사회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 미망인 캐릭터는 특히 동시대의 상처와 아픔을 공유하는 여성들의 누선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운 좋게도 전쟁 통에서 남편의 목숨은 건졌지만, 당대 여성들의 삶 역시 미망인에 비해 크게 나을 게 없었다.

여성은 여전히 철옹성처럼 견고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불합리한 사회 구조가 낳은 약자의 신세를 면치 못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드라마 속 미망인은 그런 현실을 대변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미망인의 아픔에 몰입할 수 있던 데에는 유달리 약자에 대한 연민과 측은지심이 강한 한국 여인들의 심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청실홍실〉 속 미망인에 대한 양가감정도 인기를 불 지피는 불쏘시개로 작용했을 것이다.

 미망인에 대한 동조 심리 못지않게 그가 겪은 참담한 고통을 보면서 들었을 법한 '상대적 행복감'도

〈청실홍실〉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연료가 되었을 개연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당대 여성의 현실이 암울하긴 했지만 그래도 미망인이 겪어야 할 고통과 시련에 비하면 남편이 무사한 자신은 상대적으로 나은 처지였다.

말하자면, 당대 여성과 가정주부 들은 미망인을 통해 이른바 '살아남은 자의 안도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공산이 컸다.

여성들이 〈청실홍실〉을 청취하며 연민과 측은지심을 바탕으로 미망인에게 어느 정도나 감정을 이입했는지,

아니면 '상대적 행복감'을 얼마나 느꼈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청실홍실〉이 당대 여성들에게 필요한 걸 제공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이라는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을 달래줄, 이른바 정신과 전문의 역할이었다.

즉, 〈청실홍실〉은 낭만과 꿈이 사라진 1950년대의 청량제였다.


출처 - Daum 백과 -










1956년 KBS 라디오 드라마 '청실 홍실' 은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주제가가 사용되었는데  국내 최초의 드라마 O.S.T.인 셈이다             


조남사 :작사/손석우: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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