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4,19 아침 본문
<늬들 마음 우리가 안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려대생들의 4·18 의거를 찬양한 헌시(獻詩)인 이 詩 는
고려대 문과대 교수를 지낸 시인 조지훈(1920~1968) 선생에 의해 4·19 혁명이 일어난 지 하루 뒤인 20일에 쓰여진 시 이며
1960년 5월3일자 '고대신문'에 '늬들 마음 우리가 안다-어느 스승의 뉘우침에서'라는 제목으로 실렸었읍니다
조지훈 선생은 이 시에서 '무지한 깡패떼들'에게 정치를 맡겨 놓은 채 현실에 눈감은 학문을 하고 있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다 피 흘린 제자들에 대한 스승의 찬사를 담고 있읍니다.
우리에게는 <승무>라는 시로 잘 알려진 청록파 시인인 조지훈 선생은 4,19 당시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이셨읍니다
불의에 저항하는 인간본연의 의분이 경제논리에 자꾸 무너져 내리는 요즈음의 419 아침에 이시를 떠올려 봅니다
- 어느 스승의 뉘우침에서 -
그날 너희 오래 참고 참았던 의분(義憤)이 터져
노도(怒濤)와 같이 거리로 거리로 몰려가던 그 때
나는 그런 줄 모르고 연구실(硏究室) 창턱에 기대앉아
먼 산을 넋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오후(午後) 2시(二時) 거리에 나갔다가 비로소 나는 너희들 그 무엇으로 막을 수 없는 물결이
의사당(議事堂) 앞에 넘치고 있음을 알고
늬들 옆에서 우리는 너희의 불타는 눈망울을 보고 있었다.
사실을 말하면 나는 그날 비로소
너희들이 갑자기 이뻐져서 죽겠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쩐 까닭이냐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발길은 무거웠다.
나의 두뺨을 적시는 아 그것은 뉘우침이었다.
늬들 가슴속에 그렇게 뜨거운 불덩이를 간직한 줄 알았더라면
우린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기개(氣槪)가 없다고
병든 선배(先輩)의 썩은 풍습(風習)을 배워 불의(不義)에 팔린다고
사람이란 늙으면 썩느니라, 나도 썩어가고 있는 사람
늬들도 자칫하면 썩는다고
그것을 정말 우리가 몰랐던 탓이다.
나라를 빼앗긴 땅에 자라 악을 쓰며 지켜왔어도
우리 머리에는 어쩔 수 없는 병든 그림자가 어리어 있는 것을
너희 그 청명(淸明)한 하늘같은 머리를 나무램 했더란 말이다.
나라를 찾고 침략(侵略)을 막아내고 그러한 자주(自主)의 피가 흘러서 젖은 땅에서 자란 늬들이 아니냐
그 우로(雨露)에 잔뼈가 굵고 눈이 트인 늬들이 어찌
민족만대(民族萬代)의 맥맥(脈脈)한 바른 핏줄을 모를 리가 있었겠느냐
사랑하는 학생들아
늬들은 너희 스승을 얼마나 원망했느냐
현실(現實)에 눈감은 학문(學問)으로 보따리장수나 한다고
너희들이 우리를 민망히 여겼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 우린 얼굴이 뜨거워진다.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사실 너희 선배(先輩)가 약했던 것이다. 기개(氣槪)가 없었던 것이다.
매사(每事)에 쉬쉬하며 바른 말 한마디 못한 것. 그 늙은 탓, 순수(純粹)의 탓, 어찌 가책(苛責)이 없겠느냐.
그러나 우리가 너희를 꾸짖고 욕한 것은
너희를 경계하는 마음이었다. 우리처럼 되지 말라고
너희를 기대함이었다. 우리가 못할 일을 한 사람은 늬들뿐이라고. . . . .
사랑하는 학생들아
가르치기는 옳게 가르치고 행(行)하기는 옳게 행(行)하지 못하게 하는 세상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스승의 따귀를 때리는 것쯤은 보통인
그 무지한 깡패 떼에게 정치를 맡겨놓고
원통하고 억울한 것은 늬들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럴 중 알았더면 정말
우리는 너희에게 그렇게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가르칠게 없는 훈장이니
선비의 정신이나마 깨우쳐주겠다던 것이
이제 생각하면 정말 쑥스러운 일이었구나.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붉은 피를 쏟으며 빛을 불러놓고
어둠 속에 먼저 간 수탉의 넋들아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
하늘도 경건(敬虔)히 고개 숙일 너희 빛나는 죽음 앞에
해마다 해마다 더 많은 꽃이 피리라.
아 자유(自由)를, 정의(正義)를, 진리(眞理)를 염원(念願)하던
늬들 마음의 고향 여기에
이제 모두 다 모였구나
우리 영원(永遠)히 늬들과 함께 있으리라.
1960. 4. 20
지금 흐르는 음악은 사랑과 희생 하면 떠오르는 이태석 신부님의 노래 입니다
[조은뉴스=권경렬 기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법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명시돼 있듯, 대한민국은 3·1운동과 4·19 혁명에 정통성을 둔 민주주의국가이다. 오늘 4월 19일은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로 시작된 4·19 혁명이 일어난 지 52주년이 되는 날이다. 비록 1년 뒤, 5·16 쿠데타로 인해 다시 기나긴 군부독재 시절을 지내야 했지만, 4·19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시민들에 의해 정권이 교체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1960년 3월 15일 대통령 선거가 자유당정권에 의해 부정행위가 극치를 달리자 이에 반발해 마산에서 학생들과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당시 경찰의 무차별 발포에 의해 많은 마산 시민들이 희생됐고, 학생이었던 김주열 열사가 실종된 지 28일만에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에서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시체로 떠올랐다. 분노한 마산 시민들은 2차 시위를 벌였고, 시민들의 봉기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특히, 18일 고려대생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종로 4가에서 수십 명의 괴한으로부터 피습을 받는 사건이 일어났고, 19일 수천 명의 학생·시민들이 경무대 앞까지 진출해 이승만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자 이날 오후 전국적으로 비상 계엄령이 선포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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