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춘향가 중에서 쑥 대머리 : 안숙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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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 중에서 쑥 대머리 : 안숙선

매루 2012. 2. 23. 04:41

 

 

 

 

 

동편제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할 가장 훌륭한 문화유산 중의 하나가 판소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판소리는 세계적으로 빼어난 문화적 가치와 음악적 예술성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고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이 살아오면서 이어온 민족의 혼과 선조들의 지혜가 그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쁨과 슬픔이 함께 들어있고 온갖 해학이 판소리에 스며들어 있기에 우리 조상들은 판소리를 들으며 밤새도록 같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또 더덩실 춤도 추고 싶은 흥도 느꼈던 것이다. 판소리를 들으며 우주 만물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판소리를 들으며 인간의 도리를 배워 왔던 것이다.

이러한 훌륭한 판소리가 우리나라에 남아 있다는 것은 커다란 복이고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으며 특히 우리고장이 판소리의 고장임은 더더욱 긍지를 가질만한 일인 것이다. 판소리는 오래 전부터 불려왔지만 이조 영조, 정조 때 가장 전성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옛날에는 판소리하면 남자만 불렀던 것으로 이조말기 대원군이 경북궁내 경회루 신축식(1869.7)에 여자 명창 진채선을 불러 소리를 듣게 되면서부터 여자 명창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로 남자들이 소리를 하다보니 소리가 자연히 웅장하고 호탕하며 굵직굵직하여 하늘이 무너지듯, 땅이 꺼지듯 또 폭포가 떨어지듯 그러한 엄성의 소리가 나오게 되었고 그러한 소리를 들어보려고 극장이고 장터에로 사람들이 그토록 많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남자의 소리가 바로 동편제인 것이다.

동편제의 묵직하고 장엄한 소리에 막힌 가슴이 뚫리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한 장수의 호령소리에 혼비백산하는 전쟁터를 실감케 했던 것이다. 우리가 일상 대화에 있어서 호령을 한다거나 호걸스럽게 의사를 표시할 때에는 어세(語勢)가 강렬해지고 활발해지는데 판소리에서 이와 같은 흐름으로 노래한 유파가 동편제이다.

동편제는 통성과 우조를 중심으로 하며 대마디 대장단을 위주로 장단을 짜며, 감정을 절제하는 창법을 구사하는 소리이다. 또 동편제는 소리가 웅장하고 가맥마다 힘이 들어있다. 또한 발성의 시작이 신중하며, 귀절의 끝마침이 쇠망치로 끊듯이 명확하고 상쾌하며, 소리는 자주 붙이지 않고 쭈욱 펴며, 계면조 가락을 많이 장식하지 않는다.

동편제는 지리산을 끼고 운봉을 비롯하여 남원, 순창, 구례와 같이 섬진강을 경계로 하여 함양, 하동, 진주까지를 포함시키며 동편제의 시조가 바로 운봉출신에 가왕(歌王)이란 칭호를 받은 송흥록(宋興祿 조선조 정조∼철종)명창이다. 동편제는 장단도 길게 빼지 않고 짧게 그리고 분명히 끊어지며 리듬 또한 단조로우며 담백한 맛이 있다. 동편제의 근대 명창으로는 권삼득,송홍록,박기홍,김세종,송만갑을 꼽을 수 있는데, 송만갑은 뒷날 서편제와 가까운 새로운 창법을 개척하여 족보에서 할명(割名)당했다.

이는 판소리 법통에서 유파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송홍록.정춘풍.권삼득 등의 법제를 뼈대로 하여, 운봉.구례.순창. 홍덕 등지에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리적 구분은 후대에 와서 동.서 양쪽 가객들이 서로 이동하게 됨으로써 큰 의의는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자리의 생각난것이
님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을
보고지고 오리정 이별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봤으니
부모봉양 글 공부로 겨를이 없어서 이러는가,
연이신혼 금실우지 나를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
추월같이 번뜻이 솟아서 비추고져,막왕막래에 막혔으니
앵모서를 내가 어이보며 전전반칙의 잠 못이루니
호접몽을 어이 꿀수있나,손가락의 피를내리어
사정으로 편지헐까 간장의 썩은눈물로 님의 화상을
그려볼까,

이화일지 춘대우의 내눈물을 뿌렸으니
야우문령 단장성에 비만와도 님의생각
추오동 엽락시에 잎만떨어져도 님의생각
 
녹수부용의 연캐는 채련녀와
채롱망태에 뽕따는 여인네들도
낭군생각은 일반인디 날보다는 좋은 팔자,
옥문밖을 못나가니 뽕을따고 연캐것나
내가만일에 님을 못보고 옥중장혼 되게되면,
무덤앞의 있는돌은 망부석이 될것이요
무덤근처 섯는남근 상사목이 될것이요
생전사후 이원통을 알아줄이가 뉘 있더란 말이냐
아이고 답답 내일이여
일월 장창 어쩔꺼나 아무도 모르게 슬피운다.
 

 

쑥대머리(=쑥대처럼 흐트러진 머리칼) 구신형용(鬼神形容) 적막옥방(寂寞獄房)으 찬 자리에 생각난 것이 님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漢陽郎君) 보고지고. 오리정(五里亭) 정별후(情別後)로 일장서(一張書)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봉양(父母奉養) 글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난가여인신혼(輿人新婚) 금슬우지(琴瑟友之)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桂宮恒娥) 추월(秋月) 같이 번뜻 솟아서 비치고저.

 

막왕막래(莫往莫來) 맥혔으니 앵모서(=앵무새)를 내가 어이 보며, 전전반칙(輾轉反側)(=임 생각에 엎치락뒤치락 하느라고) 잠 못 이루니 호접몽(胡蝶夢)을 어이 꿀 수 있나. 손가락으 피를 내여 사정(事情)으로 편지헐까. 간장의 석은(=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畵像)을 그려볼까.

 

이화일지춘대우(梨花一枝春帶雨)에 내 눈물을 뿌렸으며

야우문령단장성(夜雨聞鈴腸斷聲)에 비만 와도 임의 생각

추우오동엽락시(秋雨梧桐葉落時)후 잎만 떨어져도 임의생각
  

녹수부용의(綠水芙蓉衣) 연() 캐는 채련녀(採蓮女)

제롱망채엽(提籠忘採葉)으 뽕따는 연인네도 낭군 생각은 일반이라.

 

옥문 밖을 못나가니 뽕을 따고 연 캐겄나. 내가 만일에 임을 못 보고 옥중 원귀(寃鬼)가 되거드면, 무덤 근처 있난 돌은 망부석(望夫石)이 될 것이요, 무덤 앞에 섰난 남근(=나무는) 상사목(相思木)이 될 것이오. 생전사후(生前死後)으 이 원통을 알어 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아무도 모르게 울음을 운다. 

 

  • 오리정(五里亭): 남원에서 전주쪽으로 오리쯤 거리인 사매면에 있는 정자
     

  • 여인신혼(輿人新婚): 다른 사람과 새로 결혼하여
     

  • 금슬우지(琴瑟友之): 부부간의 애정이 돈독함을 이르는 표현
     

  • 계궁(桂宮): 달
     

  • 항아(恒娥): 중국 고대 국가인 하()나라에 명궁인 예(羿)라는 장수가 있었는데, ()왕으로부터 지금의 산동지방을 빼앗아서 유궁국(有窮國)의 왕이 되었다. 항아는 예의 부인으로 예가 서왕모(西王母)로부터 받은 불로블사약을 훔쳐먹고 선인이 되어 달에 올라가 선녀가 되었다
     

  • 막왕막래(莫往莫來):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 앵모서: 앵무새. 성당기의 시인 잠삼(岑參)의 시 부북정도농사가(赴北庭度隴思家)에 집사람한테 편지를 자주 보내라 말해달라고 앵무새에게 부탁한다는 구절이 있다. 우리 전통 시가(詩歌) 속에서 소식을 전한다는 새는 이 앵무새 말고도 기러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전한의 소무목양 고사에서 연원한다
     
     

  • 전전반칙(輾轉反側): 시경(詩經) 관저편(關雎篇)에 한 남자가 어여쁜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내용의 詩가 있는데 그한 구절이다. 輾은 반바퀴, 轉은 한바퀴 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輾轉이라면 몸을 굴리는 것을 말하며, 反側은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을 말한다. 곧 잠을 이루지 못해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는 것을 의미한다.

     

    窈窕淑女 요조숙녀 아리따운 아가씨

    寤寐求之 오매구지 자나깨나 그리네

    求之不得 구지부득 그래도 안되어서

    悠哉悠哉 유재유재! 끝없는 사모함

    輾轉反側 전전반측 잠 못들어 뒤척이네.
     

  • 호접몽(胡蝶夢): 장자의 나비의 꿈. 여기서는 춘향이 이도령을 만나는 꿈을 이름.
     

  • 이화일지춘대우 梨花一枝春帶雨 활짝 핀 배꽃 한 가지 봄비에 젖은 듯 하구나

    야우문령단장성 夜雨聞鈴腸斷聲 밤비에 들리는 방울소리는 애간장 끊어지는 소리요

    추우오동섭락시 秋雨梧桐葉落時 가을비에 젖어 오동잎이 떨어져도


    백낙천의 장한가(長恨歌)의 구절들

     

  • 녹수부용의(綠水芙蓉衣): 당시대의 시인 왕발(王勃)의 채련곡(採蓮曲)의 한 구절. 푸른 못은 연꽃으로 뒤덮였다. 부용은 연꽃을 의미함
     
  • 제롱망채엽(提籠忘採葉): 장중소(張仲素)의 시 춘규사(春閨思)의 한 구절 

    春閨思 춘규사
     

    張仲素 장중소 
     

    裊裊城邊柳 뇨뇨성변류 성 밖에 버드나무 하늘거리고

    青青陌上桑 청청맥상상 뽕나무는 길 위에 푸르렀네

    提籠忘采葉 제롱망채엽 바구니 움켜쥐고 뽕 잎 따는 것을 잊은 것은

    昨夜夢漁陽 작야몽어양 지난 밤 님 계신 어양을 꿈꾸었음이랴


     
  • (): 연은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보여져 문인들은 즐거이 이것을 시제로 삼았다. 그런데 연()은 원래 그 열매를 뜻하는 글자였으나, 憐 또는 戀 과 발음이 같기 때문에 연()은 자연스럽게 사랑이나 그리움을 형상화하는 말이 되었다.

     

    이와 같이 蓮에는 연인이나 애인이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연밥을 따는 채련(採蓮)이라는 말에는 연인을 골라 정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 제롱망채엽(提籠忘採葉): 뽕따러 나간 아낙네가 전쟁에 나간 남편 생각에 뽕 바구니를 든 채 뽕따는 것도 잊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는 말

     

  • : 누에치기를 위하여 뽕잎을 따는 행사는 고대로부터 혼전의 남녀가 같이 참석하는 행사입니다. 이 행사를 통하여 남녀가 서로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뽕이라는 단어에는 남녀상열지사가 관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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