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室에서1515
춘향가 중에서 쑥 대머리 : 안숙선 본문
이화일지 춘대우의 내눈물을 뿌렸으니
옥문밖을 못나가니 뽕을따고 연캐것나
쑥대머리(=쑥대처럼 흐트러진 머리칼) 구신형용(鬼神形容) 적막옥방(寂寞獄房)으 찬 자리에 생각난 것이 님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漢陽郎君) 보고지고. 오리정(五里亭) 정별후(情別後)로 일장서(一張書)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봉양(父母奉養) 글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난가. 여인신혼(輿人新婚) 금슬우지(琴瑟友之)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桂宮恒娥) 추월(秋月) 같이 번뜻 솟아서 비치고저.
막왕막래(莫往莫來) 맥혔으니 앵모서(=앵무새)를 내가 어이 보며, 전전반칙(輾轉反側)으(=임 생각에 엎치락뒤치락 하느라고) 잠 못 이루니 호접몽(胡蝶夢)을 어이 꿀 수 있나. 손가락으 피를 내여 사정(事情)으로 편지헐까. 간장의 석은(=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畵像)을 그려볼까.
이화일지춘대우(梨花一枝春帶雨)에 내 눈물을 뿌렸으며
야우문령단장성(夜雨聞鈴腸斷聲)에 비만 와도 임의 생각
추우오동엽락시(秋雨梧桐葉落時)후 잎만 떨어져도 임의생각
녹수부용의(綠水芙蓉衣) 연(蓮) 캐는 채련녀(採蓮女)와
제롱망채엽(提籠忘採葉)으 뽕따는 연인네도 낭군 생각은 일반이라.
옥문 밖을 못나가니 뽕을 따고 연 캐겄나. 내가 만일에 임을 못 보고 옥중 원귀(寃鬼)가 되거드면, 무덤 근처 있난 돌은 망부석(望夫石)이 될 것이요, 무덤 앞에 섰난 남근(=나무는) 상사목(相思木)이 될 것이오. 생전사후(生前死後)으 이 원통을 알어 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아무도 모르게 울음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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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정(五里亭): 남원에서 전주쪽으로 오리쯤 거리인 사매면에 있는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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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신혼(輿人新婚): 다른 사람과 새로 결혼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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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슬우지(琴瑟友之): 부부간의 애정이 돈독함을 이르는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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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궁(桂宮):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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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恒娥): 중국 고대 국가인 하(夏)나라에 명궁인 예(羿)라는 장수가 있었는데, 하(夏)왕으로부터 지금의 산동지방을 빼앗아서 유궁국(有窮國)의 왕이 되었다. 항아는 예의 부인으로 예가 서왕모(西王母)로부터 받은 불로블사약을 훔쳐먹고 선인이 되어 달에 올라가 선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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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왕막래(莫往莫來):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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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모서: 앵무새. 성당기의 시인 잠삼(岑參)의 시 부북정도농사가(赴北庭度隴思家)에 집사람한테 편지를 자주 보내라 말해달라고 앵무새에게 부탁한다는 구절이 있다. 우리 전통 시가(詩歌) 속에서 소식을 전한다는 새는 이 앵무새 말고도 기러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전한의 소무목양 고사에서 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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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반칙(輾轉反側): 시경(詩經) 관저편(關雎篇)에 한 남자가 어여쁜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내용의 詩가 있는데 그한 구절이다. 輾은 반바퀴, 轉은 한바퀴 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輾轉이라면 몸을 굴리는 것을 말하며, 反側은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을 말한다. 곧 잠을 이루지 못해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는 것을 의미한다.
窈窕淑女 요조숙녀 아리따운 아가씨
寤寐求之 오매구지 자나깨나 그리네
求之不得 구지부득 그래도 안되어서
悠哉悠哉 유재유재 아! 끝없는 사모함
輾轉反側 전전반측 잠 못들어 뒤척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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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胡蝶夢): 장자의 나비의 꿈. 여기서는 춘향이 이도령을 만나는 꿈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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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일지춘대우 梨花一枝春帶雨 활짝 핀 배꽃 한 가지 봄비에 젖은 듯 하구나
야우문령단장성 夜雨聞鈴腸斷聲 밤비에 들리는 방울소리는 애간장 끊어지는 소리요
추우오동섭락시 秋雨梧桐葉落時 가을비에 젖어 오동잎이 떨어져도
백낙천의 장한가(長恨歌)의 구절들 - 녹수부용의(綠水芙蓉衣): 당시대의 시인 왕발(王勃)의 채련곡(採蓮曲)의 한 구절. 푸른 못은 연꽃으로 뒤덮였다. 부용은 연꽃을 의미함
- 제롱망채엽(提籠忘採葉): 장중소(張仲素)의 시 춘규사(春閨思)의 한 구절
春閨思 춘규사
張仲素 장중소
裊裊城邊柳 뇨뇨성변류 성 밖에 버드나무 하늘거리고
青青陌上桑 청청맥상상 뽕나무는 길 위에 푸르렀네
提籠忘采葉 제롱망채엽 바구니 움켜쥐고 뽕 잎 따는 것을 잊은 것은
昨夜夢漁陽 작야몽어양 지난 밤 님 계신 어양을 꿈꾸었음이랴
- 연(蓮): 연은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보여져 문인들은 즐거이 이것을 시제로 삼았다. 그런데 연(蓮)은 원래 그 열매를 뜻하는 글자였으나, 憐 또는 戀 과 발음이 같기 때문에 연(蓮)은 자연스럽게 사랑이나 그리움을 형상화하는 말이 되었다.
이와 같이 蓮에는 연인이나 애인이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연밥을 따는 채련(採蓮)이라는 말에는 연인을 골라 정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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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롱망채엽(提籠忘採葉): 뽕따러 나간 아낙네가 전쟁에 나간 남편 생각에 뽕 바구니를 든 채 뽕따는 것도 잊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는 말
- 뽕: 누에치기를 위하여 뽕잎을 따는 행사는 고대로부터 혼전의 남녀가 같이 참석하는 행사입니다. 이 행사를 통하여 남녀가 서로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뽕이라는 단어에는 남녀상열지사가 관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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