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

김장

매루 2017. 12. 2. 09:12




지난 몇일동안은 볕도 좋고 바람도 잠잠하여 지내기 좋더니

지난 밤새 심하게 분 차가운 바람에 차갑게 얼어붙어 어깨를 움추리게하는 11월의 마지막날 아침 입니다

한겨울에도 푸른 푸성귀들을 구할수있는 비닐하우스를 비롯한 시설재배농업기술의 발전과

저장기술(김지냉장고등)의 발달로  김장을 담구는 모습들이 보기 어려워지지만 

이맘때면 이웃친지들이 모여 도란도란 또는 왁자지껄하며

 겨울식량인 김장을 함께 만들던 우리민족 고유의 겨울정서가 그립습니다


영흥섬의 저희부부가 살고있는 집은

직접 농사를 지은 무우,배추와 고추,마늘등의 양념채소가 있고

영흥섬의 어부들에게 구하는 꼴뚜기, 생새우와 질좋은 새우젓이 있고

배추를 절일수있는 미네랄이 풍부한 바닷물이 있으며

절인배추를 씻을때 아무리 차가운 날씨에도 손이 시렵지않담구어은 풍부한양의 지하수가 있어서

김장철이 되면 영흥섬에 직접 들어와  1박2일의 일정으로

무우배추를 직접 뽑아 씻고 절이며 함께 웃고 이야기나누며 

직접 김장을 담구어가는 이웃들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읍니다


올해 역시 11월 중숭께 부터 시작한 2017년도의 김장인데 이제 절반을 조금 넘긴것 같습니다

오겠다는 사람들을 오지말라고는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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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내가 고생 이지요





밭머리에 서서

박용래


노랗게 속 차오르는 배추밭 머리에 서서

생각하노니

옛날에 옛날에는 배추꼬리도 맛이 있었나니

눈 덮인 움 속에서 찾아냈었나니

 

하얗게 밑둥 드러내는 무밭머리에 서서

생각하노니

옛날에 옛날에는 무꼬리 발에 채였었나니

아작아작 먹었었나니

 

달삭한 맛

 

산모롱을 굽이도는 기적 소리에 떠나간 사람 얼굴도

스쳐가나니 설핏 비껴가나니 풀무 불빛에 싸여 달덩이처럼

 

오늘은 

이마 조아리며 빌고 싶은 고향

 

# 김장김치가 반양식이던 시절이 있었다.

늦가을 마당 한 쪽 풍로 위 커다란 솥에선 얼큰한 찌개가 끓고,

마루 위에선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 대여섯 분이 붉어진 손으로 절인 배추에 소를 바르셨다.

노란 배추 고갱이를 한 잎 뜯어내어 무생채에 젓갈과 고춧가루와 마늘과 생강이 버무려진 배추 소를 돌돌 말아 한 입 넣어주시던 어머니. 

    

“노랗게 속 차오르는 배추밭 머리에 서서/생각하노니”, “산모롱을 굽이도는 기적 소리에 떠나간 사람”들도

낯선 타향에서 김치도 담구고 국도 끓여 먹으며 고향의 배추밭과 무밭을 생각 했으리라.

김장 담구고 남은 배추와 무는 움막 속에 저장 해 두었었는데,

한 겨울밤 이른 저녁을 먹고 뱃속이 헛헛할 때, 움막에서 꺼내 깎아 먹던 배추꼬랑지와 무의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새끼줄로 엮은 무청 시래기를 레이스처럼 걸쳤던 초가집 진흙 벽들은 사라졌다.

입 안이 붉게 물들었던 붕어과자를 팔던 점방 자리엔 편의점이 들어섰고, 내닫던 둑방길 위로 도로가 생겼다.

목화밭도, 배추밭도, 무밭이 있었던 곳도 개발이 되었지만

유년의 기억 속에 각인된 고향엔 여전히 “노랗게 속 차오르는 배추밭” 위로 된장 잠자리 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