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즉

이영훈의 광화문 연가 : 이문세, 추가열

매루 2016. 9. 20. 00:26

 

 



 

 


 

 

 

 





  •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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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남성선교 합창단




                            










     우리 시대 최고의 연가를 써 왔던 작곡가 이영훈




     Why] 언덕 밑 정동길, 조그만 교회당…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언덕 밑 정동길엔 / 아직 남아있어요 /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이문세 '광화문 연가' 중

    사랑은 오래전에 떠났고, 추억은 잠들었다. 누구인가, 그 고요한 추억을 흔들어 깨우는 사람은.
     누가 추운 겨울 저녁에 추억의 불을 밝혀 "눈 덮인 광화문 네거리"에서 다시 사랑을 찾아 서성이는가.
    사랑을 나누던 오월은 향기로웠다. 햇빛은 축복처럼 반짝였고 바람은 부드럽게 사랑을 어루만졌다.
    연인의 웃음소리가 내려앉는 곳마다 꽃들이 피었다.
    사랑의 말은 노래가 되고 주고받던 눈빛은 시가 되었다.
    거리를 불어가던 바람의 갈피마다 사연을 새겨놓았으니,
    사랑을 회신해야 할 곳은 저 아득한 바람결이다.

    우리가 떠나 보낸 것은 아니었으나, 사랑은 어느 날 하룻밤 봄꿈처럼 사라졌다.
    이문세가 부른 '광화문 연가'는 기억 속의 오월을 불러내는, 가슴 시린 사랑의 후일담이다.
    시간이 흘러 잊혔다 여겼는데 문득 "오월의 꽃 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진다.
    사람이 떠난 자리, 추억은 주인을 잃고 헤맨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간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변해"간다.
    이 신파적 무상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이 다시 현재성을 얻는 것과 사랑을 소망으로 바꿔 영원성을 얻는 것이다.
    오늘도 "덕수궁 돌담길을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이 있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사랑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우리는 사라지지만, 사랑은 끝없이 갱신되어 반짝인다.

    사랑은 맹목이지만 소망은 의지다.
    쉽게 휘발하는 사랑을 의지의 틀에 단단히 가둬 시효를 초월하고자 하는 것,
    그 애틋한 소망의 성소가 교회당이다.
    그 소망을 기억하고 있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이 아직 "언덕 밑 정동길"에 그대로 있다.
    교회당의 저녁 종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면, 소망 안에 깃든 사랑은 거룩할 것이다.
    '광화문 연가'가 있어 서울 한복판은 연인들의 밀어가 숨쉬는 낭만적 공간이 됐다.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노래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 마음의 여로다.
    거길 걸어 나와야만 우리들의 사랑과 추억은 완성된다.

    이 노래를 부를 땐 가수 이문세보다 곡을 만든 이영훈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1980년대 한국 가요의 르네상스를 이끈 이 걸출한 작곡가는
     노래마다 문학소년처럼 여리고 순정한 영혼을 비쳤다.
     그는 음악적 감각뿐 아니라 문재(文才)도 특별했다.
    세련된 멜로디와 문향(文香) 가득한 가사가 어울린 그의 노래들은
    이전 가요에서 볼 수 없던 감성의 혁신을 보여줬다. 그로 인해 가요는 깊고 우아해졌다.
    그리고 팝에 대해 지녔던 열등감에서도 비로소 벗어났다.

    이 노래가 실린 이문세 5집 앨범은 4집에 이어 연거푸 200만장 이상을 팔아 치우는 괴력을 발휘했다.
    모든 곡이 이영훈의 것이었다. 3집부터 콤비를 이룬 두 사람의 작업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 작곡가의 음악적 유산을 한 가수가 독점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러므로 이문세가 이영훈을 만난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영훈이 이문세를 만나지 않았다면, 곡들이 지금의 지위를 얻었을까 의문이다.
    무심하게 툭툭 던지듯 노래하는 이문세 특유의 목소리를 빌리지 않았다면,
    노래들의 서정적 공간은 지금보다 크게 줄었을 것이다.
    수많은 리메이크 버전이 원작을 뛰어넘 지 못하는 것만 봐도 이문세 노래의 힘을 알 수 있다.

    9년 전 49세의 이른 나이에 생을 마친 이영훈의 노래비가 볕 좋은 덕수궁 돌담길에 있다.
    '광화문 연가'의 연작 같은 그의 노래 '옛사랑'에서
     "눈 녹은 봄날 푸르른 잎새 위에/ 옛사랑 그대 모습 영원 속에" 있다고 했다.
    언제나 먼 곳을 응시하던 탈속한 그의 영혼이 영원의 날들 속에서 부디 자유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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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광화문 연가|작성자 음악의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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